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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29)블랙홀 언젠가 터질 울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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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29)블랙홀 언젠가 터질 울음처럼

입력
2009.05.06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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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언젠가 터질 울음처럼 성기완

나의 슬픔은 무한히 커져 가고 당신이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초끈의 피라미들이 진저리를 치며 그걸 지웁니다 나는 주름으로 결로 지금 이 찰나에도 다시 태어나 우주 태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노래합니다

떠나시다니요 떠나시다니요

천만번 약속하고 떠나시다니요

당신은 우주를 폭식하고 나는 삼다수를 마시고 당신은 나의 부레와 아가미를 마침표 안에 가두고 나는 은하수 긴 머리칼을 자르고 당신도 알까요 내 사랑은 왠지 허덕여 왔어요 당신이 곁에 있어도 난 당신이 그리웠어요 사막에서 눈물을 훔치며 별을 봐요 별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지 않고 꼭 우리에게 대답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 모든 별자리마다 허기진 음악이 태어나고 그 소리가 태초의 먼지를 잠 깨울 때 별들은 진동하며 목을 놓아요

돌이킬 수 없는 걸 돌이키려 하진 않겠어요

블랙홀 언젠가 터질 울음처럼 당신의 검은 입 속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빨려 들어가는 내 문장들을 놔둘 거야 이 깊은 잠을 건널 거야 난 당신의 무한 질량을 이기고 거울로 새로운 브랜드의 핑크 쿼크로 순수한 떨림만이 있는 에너지로 다시 태어날 거야

들어 봐요 당신도 나도 없어지고

백억 년 후에 연주될

내 음악 속에서 잠자는

봄날의 대폭발을

● 한 사람이 애인에게 메일을 쓴다. 문득 왜 이런 심술궂은 생각이 들까? 애인은 계속 문자를 씹는 거대한 블랙홀이다. 그래서 우리는 같이 있어도 늘 외로워. 서로 불성실해서가 아니라, 아무리 가까이 밀착해도, 아무리 많이 사랑을 확인해도 충분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내 사랑은 허덕이고, 내 노래는 허기진 노래. 휴대폰을 열어 문자들을 누르니, 화면 위에서 작은 편지 봉투 하나가 그대가 살고 있을 우주로 빨려 들어간다. 사랑하는 당신… 블랙홀 안에서는 모든 게 정지한 것처럼 보인대요. 그대에게 몸을 밀착시키고 서 있던 어느 들판에서처럼요….

서동욱(시인ㆍ서강대 철학과 교수)

■성기완 1967년생. 1994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쇼핑 갔다 오십니까?> <유리 이야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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