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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김덕용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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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김덕용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展

입력
2009.05.06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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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2층에 올라서는 순간, 진한 나무 냄새가 스친다.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5일 개막하는 화가 김덕용(48)씨의 전시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전시 제목은 지난해 5월 5일 세상을 떠난 소설가 박경리의 유고시집 제목과 같다. 김씨는 이 시집에 그림을 그렸다.

나무판에 향토적 정서를 담아내는 김씨의 작업이 박경리의 문학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며 출판사 측이 제안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박경리 1주기에 맞춰 마련된 이번 전시는 아스라한 향수와 토속적 정취로 가득하다. 고인의 삶과 문학을 테마로 한 작품 35점을 걸었는데, 모두 나무판에 전통 물감을 사용해 단청 기법으로 그린 것들이다.

여인의 한복에는 자개를 박아 반짝반짝 빛을 냈다. 15년째 버려진 문짝이나 창틀 등에 그림을 그리는 나무판 작업을 하고 있는 김씨는 "나무판은 고단한 삶을 살다 가신 우리 어머니들의 흔적"이라며 "그 안에 스며든 숙성된 시간성과 인간적인 따뜻함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음(知音)'이라는 제목의 그림에 보이는 박경리의 얼굴은 나뭇가지에 앉은 까치를 온화하게 바라보고 있다. '김약국의 딸들' '성녀와 마녀' 등 박경리의 책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모양새의 작품도 있다.

곱게 개켜진 색동이불, 돌아앉은 여인의 뒷모습, 거울을 보며 비녀를 매만지는 어머니,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는 누이 등 나뭇결과 함께 나타나는 이미지들은 하나같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작업을 위해 고인의 시와 소설을 다시 읽었다는 김씨는 "작가란 자신의 원초적인 것을 찾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시장 1층은 박경리의 유품과 생전의 영상, 사진으로 꾸며졌다. 손수 옷을 지어 입었던 재봉틀, 텃밭에서 고추를 가꿀 때 사용했던 호미와 밀짚모자, 소장했던 백자항아리 등을 통해 고인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24일까지. (02)519-0800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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