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가 결정됐습니다. 단, 내년에."
경기 침체로 편법적인 신규 인력 채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판(2일자)에서 보도했다. 컨설팅 회사 왓슨와이어트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4분의 3이 현재 신규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 돌려 생각하면 4분의 1은 경기 침체 와중에도 새로운 사원을 뽑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신규 채용은 '새로운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당장의 비용은 줄이면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회사들은 입사 시기를 늦추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컨설팅회사, 로펌, 은행 등이 광범위하게 도입하는 이 방식은 정식 입사가 6개월에서 1년 가량 유예되는 대신 여행이나 공공기관 근무 등 일종의 당근을 주는 식이다. 예를 들어 크레디트 스위스는 1년 뒤 정식 입사를 약속하는 신입 직원에게 6개월 분의 기본급을 제공한다.
돈이 들지 않는 각종 혜택으로 신규 직원을 유혹하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 채용사이트 커리어빌더의 로즈매리 해프너에 따르면 높은 연봉과 출장 기회 등이 과거 유인 요소였다면 요즘은 상사와의 식사, 승진 기회, 탄력적인 근무 시간, 더 많은 휴일 등 비용이 들지 않는 혜택이 강조된다.
흔히 이용되는 또 다른 방식은 프리랜서나 컨설턴트와 계약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식 사원 채용 시 부담해야 하는 보험, 수당 등 복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불가피하게 채용을 진행하더라도 채용 관련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하기도 한다. 경영전문대학원(MBA) 졸업생 전문 채용 업체를 운영하는 모리 해니건은 "고용주에게 일반 헤드헌팅 회사에 비해 저렴한 비용을 제시한 덕에 매출이 40%나 늘었다"고 말했다. 자동으로 지원자를 검증하는 경력 심사 소프트웨어의 이용과,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 사이트를 통해 인력을 채용하는 등의 비용절감 방식도 인기가 높다.
이처럼 고용 방식이 바뀌자, 구직자들의 태도도 바뀌고 있다. 일부 학교는 졸업생의 정규직 채용이 비현실적이라고 결론짓고 계약직 프로젝트 찾아주기에 골몰하고 있다. 코넬대 존슨비즈니스스쿨은 재학생을 각 기업의 단기 프로젝트와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학생들이 취업 시장에 최소한 발이라도 들여놓게 하자는 의도다.
외국 학생에게는 계약직 일자리도 여의치 않다.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따라 정부 자금을 받는 회사들은 미국 학생을 우선적으로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골드만 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와 같은 이들은 "이 같은 조항이 결국 미국 기업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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