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8시 서울역 대합실. 시민들은 곳곳에 설치된 대형 TV 앞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자택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예고된 소환이었지만 보는 이들의 마음은 착잡했다. 주부 이명숙(46)씨는 "전직 대통령이 또 검찰에 가다니 보기 안좋다"며 혀를 찼다.
박현용(38ㆍ자영업)씨는 "깨끗한 정치를 유난히 강조하던 분이라 배신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잘한 일도 없으면서 네 시간 넘는 이동 과정을 생중계하게 만드느냐"며 헬기 대신 육로를 택한 노 전 대통령 측을 비난했다.
이날 오후 대검찰청 주변에서 노 전 대통령이 탄 버스가 도착하는 모습을 지켜본 회사원 최모(45)씨는 "대통령직이 이다지도 부정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리인가 싶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중간고사를 본 뒤 구경꾼 대열에 합류했다는 고교생 김도희(16)군은 "누구의 잘못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것 자체가 국가적 망신"이라고 말했다.
여대생 김모(23)씨는 "언론 보니까 불구속 방침이 이미 정해졌다는데 말도 안된다. 잘잘못을 명확히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터에서도 전직 대통령 소환을 두고 설왕설래했다. 회사원 양모(32)씨는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함을 확인한 건 반갑지만, 수갑 찬 대통령 사진이 외신을 타게 될까봐 부끄러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이태형(29)씨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생태운동을 펼치는 등 전직 대통령으로서 귀감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을 맞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무관심도 적지 않았다. 대기업 직원 손모(32)씨는 "오늘 아침 화제는 노무현이 아니라 박지성의 거듭된 결장이었다"면서 "좋은 소식도 아니고 피부에 와 닿지도 않아서 다들 외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민들은 철저한 검찰 수사 요청엔 한 목소리를 냈다. 회사원 강창식(56)씨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어떤 특혜가 있어선 안된다. 성역 없이 수사해서 명확히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모(30ㆍ회사원)씨는 "정치 보복이란 생각도 들지만, 적법한 절차에 따른 소환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권력의 비리 구조를 이참에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중소기업 임원 윤대진(59)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씨도 박연차 회장에게 돈을 받은 의혹이 있는 만큼 검찰이 이 부분도 철저히 조사해 편파 수사 논란을 잠재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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