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간 크라이슬러는 2~6개월의 구조조정을 거쳐 미국ㆍ캐나다 정부, 전미자동차노조(UAW),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가 지분을 나눠 갖는 새로운 회사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회생 과정에서 소액채권단, 판매대리점 등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돼 단기간에 파산보호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치권과 금융권의 긴장 고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0일 "크라이슬러는 30~60일의 파산보호기간동안 회생을 위한 '외과수술'을 거쳐 경쟁력 있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소액채권단의 반발로 자율 회생방안 도출이 무산되자 정부가 파산보호 신청을 통해 개입하기로 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생방안을 발표하면서 크라이슬러 회생을 위한 부채탕감을 끝까지 거부한 20개 군소 투자회사와 헤지펀드를 "타인의 양보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투기꾼"이라며 비난했다.
부채탕감을 거부한 소액채권단도 할 말이 많다. 부채탕감을 받아들인 JP모건, 씨티그룹 등은 정부로부터 거액의 긴급구제금융(TARP)을 받았지만 자신들은 한푼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크라이슬러 채권에 투자한 돈은 교사, 은퇴 생활자 등 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어서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결정은 파산 시 소액채권단의 권리를 거액채권자와 동등하게 보호하는 법 정신을 위배하는 것이므로 법정소송도 불사할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워싱턴과 금융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아트가 크라이슬러 회생시킬 수 있나
정부 회생안에 따르면 크라이슬러는 UAW 55%, 피아트 20%(최대 35%까지 지분 확대), 미국 정부 8%, 캐나다 정부 2%의 지분구조를 갖는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한다. 특히 피아트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고연비 차량 관련 기술과 디자인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세워 돈 한 푼 안들이고 지분을 최대 35% 확보할 수 있어 사실상 경영권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고장이 잦은 차'라는 오명 속에 1983년 미국 시장에서 쫓겨나듯 철수한 피아트가 26년 만에 미국에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피아트는 세르지오 마르치오네가 2004년 경영권을 잡은 이후 혁신을 통해 흑자 기업으로 변신했지만 부정적 이미지는 여전하다.
시장 전망도 발목을 잡고 있다. 회생안은 연 1,000만대 수준으로 떨어진 자동차 판매 대수가 1,300만대까지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다 설사 조기 회복해도 소비자가 크라이슬러를 선택할지 의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크라이슬러 신규 구입자에게 정부가 사후정비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1일 "경험이 일천한 대통령이 민간기업 회생문제에 너무 깊숙이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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