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5월 휴회에 들어갔지만 여야가 물밑에서 치열하게 맞붙는 사안이 있다. 방송법, 신문법, IPTV법, 정보통신망법 등 4개의 미디어 관련 쟁점법안 처리문제가 그것이다. 6월 국회의 뇌관은 단연 미디어 관련법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들 법안은 2월 국회의 최대 논란거리였다. 여당은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효과를 내세워 서둘러 처리하려 했고, 야당은 정부가 언론 장악을 위해 경제 효과를 과장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여야는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 발전 국민위원회를 국회 문방위 산하에 설치, 6월15일까지 100일간 여론 수렴을 거치기로 했다. 일종의 휴전인 셈이다.
문제는 이미 위원회 활동기간의 절반이 지났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초반 몇 주에는 회의를 공개하자는 야당측 위원들과 이에 거부감을 드러낸 여당측 위원들 사이에 신경전이 계속됐다. 이후 여야는 ▦신문방송 겸영과 여론다양성 ▦방송사업에 대한 진입규제 완화와 공공성 ▦인터넷 민주주의와 사회적 책임 ▦지역방송 활성화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지만 논의진전 없이 이견만 확인한 상태다.
위원회 활동결과를 법안에 어떻게 반영할 지에 대해서도 양측은 평행선이다. 특히 여론조사와 관련, 민주당 추천 위원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은 "여론조사는 기껏해야 참고자료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게다가 일부 위원들은 "활동보고서를 여야가 따로 작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벌써부터 합의안 도출을 포기한 듯한 얘기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달 30일, 국회의장이 여야간 최종합의가 무산된 은행법 등 일부 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한 것은 심상치 않은 선례다. 미디어 관련법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더 농후해진 것이다.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3일 "합의가 무산되면 직권상정도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미디어법은 경제법안과 달리 한번 시행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현 상태로의 국회 통과는 있을 수 없다"며 총력 저지할 태세다.
이제 관심은 6일 부산을 시작으로 13일 춘천, 20일 광주, 22일 인천, 27일 대전 등에서 열리는 5차례 지역 순회 공청회에 모아진다. 공청회에서 여야는 각기 국민을 향해 자신들 주장의 정당성을 앞세워 공방전을 펼치게 된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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