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문봉선(48ㆍ홍익대 교수)씨의 소나무 그림에서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소나무의 모습에서 그 곁을 스치는 바람의 기운까지 생생하게 느껴진다.
6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는 문씨의 개인전 '동정지간(動靜之間)-비어있는 풍경 또는 차있는 풍경'에는 그의 근작 30여점이 나온다.
소나무가 있는 저녁노을, 안개 낀 강가 등 작가의 시각에서 바라본 풍경을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필치로 담아냈다. 현대적인 추상화의 느낌을 주는 작품도 있지만, 모두 실제 경치에 근거해 그린 그림들이다. 그는 비가 오는 날엔 늘 산에 오른다고 한다.
문씨는 40년 전 고향인 제주에서 서예가 소암 현중화(1907-1997)를 통해 지필묵과 인연을 맺었다. 진경산수의 맥을 이으면서도 관념적인 사군자 대신 실사를 통한 사군자를 선보이는 등 새로운 모색을 해왔다. 최근에는 깊이있는 먹으로 자연의 기운을 절제해 담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그림이 기운생동(氣韻生動)하려면 여백이 있어야 하는데 잘 그리기보다 덜 그리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면서 "붓을 잡으면 멈춤없이 그리지만, 준비 시간이 그리는 시간의 10배는 걸린다"고 말했다. (02)734-0458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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