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모험에 나선 근대적 지식인을 소설로 형상화했던 작가 박태원, 장르문학의 개척자로 꼽히는 김내성, 교양있는 인상비평의 한 경지를 마련한 김환태, 식민지 서민아동의 현실을 생동감 있는 언어로 담아낸 소설가ㆍ아동문학가 현덕. 1909년에 태어나 올해로 탄생 100년이 되는 문인들의 삶과 문학을 재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전환기, 근대문학의 모험'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2009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가 그것이다. 심포지엄, 문학의 밤,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 리얼리즘 vs 모더니즘, 순수 vs 비순수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은 문학제의 하이라이트.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이라는 두 문예사조가 길항하던 1930년대라는 문학사적 맥락에서 김환태, 이원조, 모윤숙, 신석초, 박태원, 김내성, 안회남, 현덕 등 1909년생 작가와 시인, 비평가들의 문학적 흔적을 짚어보는 발표가 이어진다.
강상희 경기대 교수는 미리 배포한 발표문 '거울에 대한 명상'에서 "박태원은 리얼리즘 중심의 식민지 소설사에 모더니즘의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그 소설사의 일부를 다시 리얼리즘에로 견인해간 작가"라며 "한국 근대문학 및 남ㆍ북한 문학의 영토는 그를 가짐으로써 비로소 심화, 확대될 수 있었다 해도 그다지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모더니즘 소설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과 번안소설 <삼국지> , 월북 후 발표한 역사소설 <갑오농민전쟁> 에 이르기까지 진폭이 넓었던 박태원의 문학적 변전에 대한 적극적 의미 부여가 이뤄진다. 갑오농민전쟁> 삼국지> 소설가>
한국문학의 오랜 대결구도였던 '계몽성 대 자율성'이라는 맥락에서 해방 후 칩거하다 요절한 평론가 김환태와 월북 후 숙청된 평론가 이원조의 비평사적 의의를 탐색하는 발표도 주목할 만하다.
하정일 원광대 교수는 '순수문학논쟁을 다시 읽는다'는 발표문에서 김동리와 유진오가 촉발해 확산됐던 1939, 1940년의 '순수문학논쟁'을 주목한다.
이 논쟁에서 김환태는 예술은 사상이나 주의로부터 절연을 해야 순수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이원조는 문학을 위해서 사상과 주의를 받아들이면 순수이고 사상과 주의를 위해 문학을 하면 비순수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팽팽히 맞섰다.
하 교수는 "요절이든 숙청이든, 분명한 것은 두 문학비평가가 자신들의 문학적 일관성을 삶 속에서 지켜냈다는 사실"이라며 "이 점이 순수문학논쟁의 또 다른 당사자인 김동리나 유진오와 이들의 차이"라고 부연했다.
불교와 기독교라는 사상적 차이를 근거로 신석초와 모윤숙의 시세계를 조명하는 이경수 중앙대 교수의 발표, 지금까지 문학사의 방외인으로 취급됐지만 탁월한 대중성을 성취한 김내성에 대한 적극적 평가를 주문한 조성면 인하대 강의교수 등의 발표도 주목된다.
■ 시극, 판소리극, 그림전시회도 열려
관련 행사도 다양하다. 7일 저녁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집서울에서 열리는 '문학의 밤'에서는 신석초의 시 '멸하지 않는 것'을 모티프로 한 무용, 현덕의 소설 <남생이> 를 소재로 한 판소리, 박태원의 소설 낭송, 김내성의 <마인> 을 소재로 한 이미지극이 공연된다. 마인> 남생이>
현덕의 조카 현영아씨, 김내성의 3남 김세헌 카이스트교수 등 유족들이 작가를 회고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같은 날 이화여대에서는 시사랑문화인협의회가 주최하는 '영운 모윤숙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린다.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 김용직 서울대 명예교수, 시인 김남조씨 등이 참석한다.
7월 3~4일 이화여대에서는 '박태원과 세계문학, 세계문학 속의 박태원'을 주제로 한 구보학회의 학술회의가 개최된다. 문학그림전도 눈길을 끈다.
10월말 청계천광장과 11월 6~20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부남미술관에서는 박태원의 <천변풍경> 을 바탕으로 한 20여 점의 그림과 함께 청계천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을 전시한다. 천변풍경>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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