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은 명백한 정치적 보복이다." "국민을 농락한 노무현을 구속수사 하라"
14년 만의 전직 대통령 검찰 소환 조사가 이뤄진 3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주변은 보수단체와 친노 단체 간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하루 종일 홍역을 앓았다.
이들은 각각 "친북좌파 노무현 구속" "노무현 대통령 모욕주기 그만" 등 구호를 외치다 서로 멱살을 잡고 주먹다짐까지 벌였다. 특히 보수 단체 쪽에서 노 전 대통령이 탄 버스를 향해 계란을 던졌고, 친노 단체 쪽에선 보수 단체를 향해 이물질이 든 깡통을 투척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이 먼저 대검 정문 앞에 도착, 청사를 바라보고 오른편에 진을 쳤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거리투쟁에 나섰던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들은 '노무현 즉각 구속' 등이 쓰여진 플래카드 5개를 가로수에 내걸고 "노무현 일가, 측근들의 권력비리 부정부패 철저히 수사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노사모 회원들도 오전 11시20분께부터 왼편 인도에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사진과 '당신과 있을 때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걸고, 지하철 2호선 서초역 6번 출구부터 대검 청사 정문까지 150m에 걸쳐 노란 풍선을 매달았다.
노사모 회원 이모(55)씨는 "내가 아는 노 대통령은 절대 이런 죄를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며 "현 정부의 정치적 보복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 일행 도착이 임박한 오후 1시 무렵 양측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400여명으로 불어난 노사모 회원들이 보수 단체 회원들을 둘러싸면서 양측 간에 "처자식도 관리 못하는 X이 무슨 대통령이냐" "이빨 빠진 늙은 X들만 수두룩하네" 등 험한 말이 오갔고, 급기야 몸싸움과 주먹다짐이 벌어졌다. 충돌이 격해지자, 정문 앞에 배치돼 있던 전경 1개 중대가 투입돼 양쪽을 떼어놓았다.
오후 1시19분께 노 전 대통령이 탄 버스가 대검 청사로 들어서는 순간 보수단체 쪽에서 신발 한 짝과 계란 5, 6개가 날아왔다. 이 중 계란 2~3개가 버스를 맞혔고 노사모 회원 2, 3명도 계란 세례를 당했다. 노사모 회원들도 질세라 "노무현!"을 연호하며 노란 장미꽃을 버스 쪽으로 던졌다.
오후 2시25분께 다시 양측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보수단체 회원 200여명이 가로수에 걸린 노사모 측 플래카드를 떼내려는 것을 노사모 회원들이 막는 과정에서, 양측은 피켓으로 상대편의 머리를 때리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모 회원으로 보이는 김모(45)씨가 연기가 피어 오르는 깡통을 보수단체 쪽에 던져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오후 2시40분께 대부분 철수했으나 노사모 회원 100여명은 밤 늦게까지 남아 촛불집회를 열다 10여 명이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장재용기자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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