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몸값의 유명 축구스타도 가입을 거부 당한다. 강남에 빌딩을 갖고 동원가능 자산만 1,000억원을 가진 '슈퍼부자'도 엄두를 못 낸다. 연회비가 얼마라도 좋으니 갖게 해 달라고 해도 심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과감하게 퇴짜를 놓는다. 바로 현대카드의 '더 블랙(The Black)카드' 이야기다.
이 카드는 가입인원부터 한정되어 있다. 최대 9,999명. 대한민국의 '1만 명 이내 진짜 최고'만이 가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나마 출시 4년이 지났지만 워낙 엄격한 심사 탓에 모집회원수는 1,800명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현대카드의 이런 전략을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마케팅'의 절정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각에선 거부감도 있지만, 어쨌든 이 카드를 가진다는 것은 '대한민국 최고의 소수'라는 의미. 과연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떻게 돈을 쓸까.
누가 쓰나
회원을 고르는 눈 높이부터 다르다. 최소 가입기준만 봐도 보통 사람은 근접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대카드측은 ▦연 매출액 최소 1,000억원 이상의 기업체 최고경영자(CEO) 및 부사장 ▦단과대 학장 ▦장관급 공무원 ▦종합병원 원장 ▦법무법인의 파트너급 변호사 ▦초특급 연예인 이상 등으로 한정했다.
이것도 필요 조건일 뿐. 현대카드의 초청장을 받고 가입의사를 밝혔다 하더라도 CEO, 리스크본부장, 마케팅총괄본부장, 크레딧 관리실장, 브랜드 관리실장 등 8인으로 구성된 '더블랙 커미티(the Black committee)'에서 만장일치로 최종 승인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예를 들어 CEO라도 회사의 평판이 나쁘거나 경영실적이 좋지 못하고, 종합병원 원장과 단과대 학장이라도 학문적 성과 뒷받침되지 않으면 회원이 될 수 없다. 일부의 경우 전문가들을 모셔 논문 심사까지 해 가입을 결정할 정도다.
매년 수십억원을 벌어들이는 유명 연예인이라도 스캔들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NO'다. 더욱이 이른바 땅 이나 빌딩, 주식으로 부자가 된 '자산형 부자'는 카드 발급 초청 대상에서조차 제외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단순히 부자들을 위한 카드가 아니라 사회지도급 인사들이 모인 오피니언 리더들을 위한 카드로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이다"고 말했다.
얼마나 쓸까.
이 카드의 월 이용한도는 약 1억원. 회사측은 "실제 회원들의 월 사용액은 1,000만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0.05%'의 카드를 가진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는 항공권이다. 카드 한장이면 세계 어디를 가든 무료로 일등석 좌석으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동반자와 여행을 한다면 티켓 가격의 절반만 지불하면 된다. 회원의 70% 이상이 해외출장이 잦은 CEO들인 만큼 항공 서비스가 인기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또 호텔 및 명품 브랜드, 최고급 뷰티샵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300만원 상당의 바우처도 인기다. 특급 호텔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거나 명품 쇼핑을 할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연회비 200만원이지만 무료 서비스만 500만원 이상에 이른다"는 것이 회사측의 얘기다. 또 세계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이 맞대결을 펼치는 '슈퍼매치 시리즈'는 물론, 이브 카셀 루이비통 회장, 리처드 티어링크 할리데이비슨 전 CEO, 와인전문가 젠시스 로빈슨 등 정기적으로 세계적인 명사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어 초청하고 있다.
블랙카드의 출시 초기만해도 "비용대비 효과가 낮다"며 외면하던 다른 신용카드사들도 이제는 저마다 VVIP카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연체율이 제로(0)에 고객 충성도가 높은데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가입으로 카드회사의 이미지 개선에 적지않은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국민 TEZE카드)과 BC(인피니티 카드), 롯데카드(피에르 가니에르 인피니티카드)에 이어 삼성카드도 VVIP카드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고소득층들이 특별한 서비스 뿐 아니라 회원간 커뮤니케이션도 중요시하는 추세다"며 "소득별로 나누는 단순한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고개들의 취향이나 직업군 따라 특별 관리해주는 VVIP카드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다"고 말했다.
■ 대한민국 0.05%의 카드, 현대 'The Black 카드'는 어떤 카드
▦출시 : 2005년 2월
▦모집 인원수 : 9,999명 한정(1호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9,999호는 정태영 현대카드ㆍ캐피탈 사장)
▦현재 회원수 : 1,800명
▦월 평균 사용 금액 : 1,000만원
▦카드 사용한도 및 연회비 : 월 1억원, 200만원
▦발급 대상 : 매출액 1,000억 이상 기업체 CEO 및 상위 임원, 종합대학 단과대 학장, 장관급 공무원, 종합병원 坪? 법무법인 파트너급 변호사, 초특급 연예인 이상 등
▦최종 발급 조건 : CEO, 리스크본부장, 마케팅총괄본부장, 크레딧 관리실장, 브랜드 관리실장 등 8인으로 구성된 '더블랙 커미티(the Black committee)'에 만장일치로 결정
▦주요 서비스 : 항공권 구입시 퍼스트 클래스로 무료 업그레이드(또는 거리와 관계없이 동반 1인 50%할인), 400만원 상당의 유명 호텔 바우처 제공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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