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중점 추진해왔던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관련법 개정이 4월 임시국회에서도 사실상 무산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여야간 책임 공방은 물론 한나라당 내부의 이견도 표면화함으로써 향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주공ㆍ토공 통합법 등 일부 쟁점법안을 포함, 총 47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금산분리 완화 관련 법안 중 은행법만 통과되고 금융지주회사법은 부결됨으로써 사실상 금산분리 완화의 효과는 거의 없게 됐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그간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4개 경제분야 쟁점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처리됐다. 주공ㆍ토공 통합법과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 개정안 등은 국회의장의 직권에 의해 본회의에 상정돼 야당의 반대 속에 표결 처리됐다.
반면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등 금산분리 관련 2개 법안은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에서 접점을 찾은 수정안이 제출됐다. 하지만 은행법만 처리됐을 뿐 금융지주회사법은 수정안과 원안이 모두 부결되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은행법 수정안은 산업자본의 시중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4%에서 9%로, 산업자본의 사모펀드투자회사 출자 한도를 10%에서 18%로 각각 상향조정하는 내용인 데 비해 금융지주회사법 수정안은 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지분 소유 한도를 4%에서 9%로 완화하는 내용이었다.
따라서 지주회사 형태인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등 대다수 주요 은행들에 대해선 산업자본의 지분 소유가 기존대로 4%까지만 허용되는 것이어서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해온 금산분리 완화의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게 됐다.
금융지주회사법이 부결되자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원내대표 간 합의를 어겼다"고 비난했고, 민주당은 한나라당 소속 김영선 정무위원장이 수정안 부결을 주도했던 점을 들어 "여당이 집안단속을 못한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소란이 일었다.
이날 통과된 주공ㆍ토공 통합법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이들 2개 공기업을 통합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 개정안은 1가구 3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비투기지역에 한해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여야는 이날도 밥그릇 챙기기에 있어선 언제든 의기투합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본회의 직전 예정에 없던 운영위를 열어 국회의원이 5급 비서관을 1명씩 더 채용할 수 있도록 한 국회의원수당법을 3분 만에 전격적으로 통과시켰다. 초유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매년 150억원의 혈세가 들어가는 법안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처리한 것이다.
양정대 기자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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