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며칠 동안 수사기록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신중하게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 내부 의견은 물론 외부 여론도 충분히 살펴 이르면 다음주 초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친 1일 검찰 분위기는 상당히 여유로웠다. 수사진 상당수가 밤을 새운 상황이어서 휴식이 필요했던 탓인지 별다른 급박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사법연수원생들을 대상으로 강의에 나서며 모처럼 '본업'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수사진은 이날 오후 늦게야 임채진 검찰총장에게 노 전 대통령 조사 내용을 보고했다. 홍 기획관은 "영장청구 여부에 대한 의견을 보고한 것은 아니고 순전히 조사 내용만 정리해서 보고했다"며 "신병처리 여부는 언제 결정할지 현재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단 이인규 중수부장, 홍 기획관을 필두로 한 수사진은 주말부터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수사진은 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사유와 불구속해야 하는 사유 등을 테이블에 올리고 난상토론을 벌이게 된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영장 청구가 필요한 이유로는 ▲뇌물 액수가 60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60억원)에 이르는 거액인 점,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점,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범죄를 미루는 등 증거인멸의 위험성이 있는 점 등이 꼽히고 있다.
반면 ▲전직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국가 위신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만큼 자유로운 상태에서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은 불구속 사유로 꼽힌다.
직접 피의자를 신문한 수사진의 경우 대외 신인도와 같은 외적인 요인보다는 범죄 혐의에 초점을 맞춰 구속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피의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총장 등 수뇌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최종적으로 불구속 기소 쪽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수뇌부로선 청와대와 정치권, 국민여론까지 두루 감안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권양숙 여사에 대한 추가 조사가능성이 남아있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 결정이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검찰은 전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늦어도 다음 주를 넘기지는 않겠다는 계획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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