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국내 감염확산이 이번 주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신종플루 감염의 진앙지는 확진 판정을 받은 A씨(51). 지난 1일 추정환자로 판명된 B씨(44ㆍ여)는 A씨를 인천공항에서 숙소로 데려다 주는 승용차 안에서 감염됐다는 것이 보건당국 설명이다.
또 3일 추정환자로 판명된 C씨(62ㆍ여)는 A씨가 타고 온 비행기(대한항공 KE018편) 내에서 A씨로부터 감염됐을 개연성이 높다. C씨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6개월동안 체류하다 귀국했기 때문에 애리조나에서 이미 감염된 뒤 입국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바이러스 내부에 해당하는 C씨의 매트릭스 유전자 염기서열이 첫 환자와 유사하고 애리조나에서 확진 환자가 나온 것은 29일"이라며 기내 감염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이 경우 국내 감염 경로는 직접(B씨 차내 전염)이든, 간접(C씨 기내 전염)이든 출발은 A씨이고, 바이러스가 국내 유포됐다면 A씨가 병원에 격리된 28일 이전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잠복기가 최대 1주일이기 때문에 26일 감염됐다면 이 달 3일, 착륙 이후 28일 이전에 감염됐다면 5일부터 증상이 본격화하게 돼, 이번 주가 국내 감염 확산을 판가름할 분수령이 된다.
A씨와 함께 거주하는 40명의 경우 28일 이미 타미플루를 투여 받았고, 외부와도 통제가 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주 추정환자 속출 여부의 관건은 C씨처럼 A씨와 동승했던 KE 018편의 승객들의 감염 여부.
탑승객 336명(환자 2명 제외) 가운데 외국인 환승객 124명과 승무원 23명을 제외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승객은 모두 189명. 보건당국은 이중 1차 역학조사를 마친 내국인 154명과 외국인 3명 등 총 157명이 현재 증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국인 18명과 외국인 14명 등 총 32명은 여전히 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아직 소재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다.
특히 당국은 1차 조사에서 A씨와 2m 반경 안에 앉아있었던 27명 가운데 내국인 9명에 대해서만 타미플루를 투여했을 뿐, 2m 반경 밖 승객들에 대해서는 조사를 했어도 전화로 증상여부만 확인했다. C씨처럼 반경 밖에 있었던 승객들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던 것.
이로 인해 1차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던 승객, 나아가 조사를 받았어도 증상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던 대부분이 사실상 잠재환자인 셈이다. 이중 어느 정도가 이번 주 추정환자로 판명될 지에 따라 국내 감염 확산의 강도가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 보건당국은 'A씨 à A씨 거주시설' 이든, 'A씨 à KE018편'이든 어쨌든 위험경로가 예측되고, 감염경로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지역사회 전체로 파급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국의 허술한 조사로 이번 주 1차 고비에 이어, KE018편 승객발 2차, 3차 고비가 상승곡선을 그리며 감염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병원격리 전 8일 동안 아무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던 C씨처럼, 승객 대다수가 평소대로 가족과 생활하고 거리를 활보했기 때문이다.
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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