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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월급봉투는 불황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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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월급봉투는 불황을 몰랐다

입력
2009.05.06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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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도 불황을 비껴갈 수는 없었다. 빚은 늘었고, 흑자는 크게 줄었다.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신의 직장'이었다. 임금은 올랐고, 복리후생 수준도 대폭 향상됐다. 기획재정부가 3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을 통해 공개한 2008년 신의 직장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직원 평균연봉 최대 9,300만원

297개 공공기관의 작년 평균 연봉은 5,500만원. 전년도(5,400만원)보다 3% 가량 늘어난 액수다.

신의 직장 내에서도 연봉 편차는 컸다. 평균 연봉이 4,000만~6,000만원인 곳이 145곳으로 절반 가량(49%). 평균 연봉이 4,000만원에 못 미치는 '무늬만 신의 직장'인 공공기관도 40곳(13.5%)에 달했다.

나머지 공공기관이 진짜 신의 직장. 평균 연봉이 6,000만~8,000만원인 곳이 97곳으로 32.8%였고, 평균 연봉이 8,000만원을 넘는 공공기관도 14곳(4.7%)에 달했다. 직원들이 받는 평균 연봉이 어지간한 민간 기업의 임원 연봉에 버금가는 셈이다.

연봉 순위 1위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으로 9,300만원에 달했고, 한국예탁결제원(9,000만원) 중소기업은행(8,600만원) 산은캐피탈ㆍ한국전자통신연구원(8,500만원) 코스콤ㆍ한국생산기술연구원ㆍ한국수출입은행(8,4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기관장(1억5,800만원) 감사(1억5,900만원) 이사(1억4,300만원) 등의 작년 평균 연봉 역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공공기관 보수체계 개편에 따라 10% 안팎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넉넉한 복리후생

지난해 직원들에게 주택자금을 대출해준 공공기관은 67곳. 이들 기관은 3,894명의 임직원에게 총 1,692억원을 대출해줬다. 1인당 평균 지원액이 전년도보다 10% 이상 늘어난 4,350만원이다. 공공기관의 주택자금 대출 금리는 통상 정기예금 금리 수준. 대출 직원들에게 상당한 혜택이 주어지는 셈이다. 공공기관 별로 보면 토지공사(279억원) 농어촌공사(196억원) 한국전력(151억원) 가스공사(110억원) 등의 지원이 많았다.

학자금 지원도 대폭 늘어났다. 162개 공공기관이 작년에 임직원들에게 지원해 준 학자금은 1,305억원. 전년도(1,181억원)보다 10.5%나 늘어났다. 1인당 지원액도 510만원에 달했다. 한국전력(315억원) 철도공사(155억원) 한국수력원자력(96억원) 기업은행(87억원) 등에서 집중 지원이 이뤄졌다.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위해 사용되는 사내근로복지지금 누적액도 작년에 2조원에 육박(1조9,762억원)했다.

재무 구조는 악화

하지만 공공기관의 재무 구조는 크게 나빠졌다. 직원들에겐 '신의 직장'일지 몰라도, 기업으로선 낙제점인 셈이다. 지난해 297개 공공기관의 총 부채 규모는 전년도보다 16.2%나 늘어난 320조7,000억원.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방만한 경영의 대가였다. 당기순이익도 크게 줄었다. 2007년보다 57% 감소한 7조5,000억원. 환율 상승,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 금융시장 침체 등 불황 여파였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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