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유치 등의 어려움으로 공연제작사들이 예정 또는 진행 중이던 공연을 취소하는 일이 최근 잇따르고 있어, 불황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공연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서울 대학로에서 장기 공연 중으로 6월 14일 끝날 예정이던 창작뮤지컬 '카페인'과 5월 31일까지 더굿씨어터 무대에 오르기로 돼 있던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26일 공연을 끝으로 중단됐다.
두 공연의 제작사인 트라이프로는 티켓 판매 대행업체 인터파크INT를 통해 "기획사의 내부사정으로 앞으로의 공연을 취소하며 예매 관객에게는 100% 환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대표가 구속되면서 진행 중인 모든 공연을 중단할 것을 통보했다"는 게 제작사 관계자가 밝힌 이유. 공연 제작의 주요 투자자였던 투신운용사 펀드매니저의 횡령 사건에 이 제작사 대표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가 함께 준비 중이던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의 5월 초 공연은 공동 제작사인 컬처피아에서 단독으로 진행한다.
또 제작사 조아뮤지컬컴퍼니는 5월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하려던 뮤지컬 '더 라이프'의 일정을 이 달 초 전격 취소했다. 제작사 측은 "투자사와의 계약 문제로 공연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해 부득이하게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댄스뮤지컬 '이주노의 빨간구두'가 폐막일을 일주일 정도 앞둔 27일 막을 내리기로 결정했고, 러시아 쿠크라쵸브의 고양이극장 '내 친구 바리스' 내한공연 역시 개막 일주일을 앞둔 23일 취소됐다.
이처럼 속출하고 있는 공연 취소 사태는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한 공연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작사의 영세한 운영 시스템의 허점이 노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라이프로의 경우 공연 프로듀서이자 업체의 CEO 역할을 겸하는 제작자의 역할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 보니 개인 신상의 변화가 곧장 갑작스러운 공연 중단으로 이어진 셈이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공연이 산업화로 가는 과도기에 놓여 있는 만큼 이제는 프로듀서들이 작품의 완성도뿐 아니라 제작의 정밀한 운영 프로세스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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