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돼지 인플루엔자 추정환자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은 "국내에도 본격 상륙한 것이 아니냐"며 공포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보건소에는 문의전화가 쇄도했고 돼지고기는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감염 공포가 의료기관ㆍ음식점ㆍ학교 등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돼지고기는 익혀먹으면 상관이 없으며 막연한 불안은 금물"이라며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각 지역 보건소는 당장 비상이 걸렸다. 서울 종로보건소 관계자는 "아침부터 돼지 인플루엔자 증상과 예방법을 묻는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며 "최근 해외 여행을 하고 돌아왔는데, 너무 걱정된다는 호소도 있었다"고 말했다.
송파보건소 관계자도 "오전에 올 초 멕시코에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이 미열로 상담을 해와 모든 직원이 긴장했는데, 다행히 상관이 없었다"고 말했다. 각 보건소는 상담인원 10명을 충원해 비상대책반을 꾸려 24시간 상담 체제를 가동했다.
각급 학교도 돼지 인플루엔자 예방 관련 가정통신문을 준비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일부 학교는 학교 급식에 돼지고기가 포함되는 것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걸려와 급식 메뉴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상황이 악화된다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반영해서 돼지고기 메뉴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돼지고기 음식을 파는 외식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중구 장충동의 모 족발집 이모(46) 사장은 "삶아서 먹으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데도 매출이 하루하루 줄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27일 돼지고기 매출은 일주일 전에 비해 5.1%나 감소했고, 홈플러스에서도 전주 대비 8.0% 줄어들었다. 28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나온 한 주부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 당분간 돼지고기 소비를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한양돈협회는 돼지 지육(뼈에 살이 붙은 형태의 고기) 가격이 27일 하루 만에 12.8%가 폭락했다며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성명을 낸 대로 돼지 인플루엔자 명칭을 '북미 인플루엔자(North-American Influenza)'로 변경해줄 것을 각 언론사에 요청하기도 했다.
멕시코 현지에서 근무중인 국내 기업체 직원들의 가족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멕시코에는 LG전자 삼성전자 등 우리기업 140여개사가 진출해 있는 상태. P사는 "10여명의 현지 근무자 가족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현지 근무자들을 귀국시켜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출상담을 위해 멕시코 출장계획을 세웠던 기업체 관계자들도 발목이 잡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상담 일정을 조정하자는 연락이 와 연기하기로 했는데, 영업에 차질을 빚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멕시코시티에서 예정됐던 국내기업의 수출상담 건 10여건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감염 공포가 확산되고 있지만, 의학계는 지나치게 불안에 떨지 말 것을 당부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설사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로 치료가 가능하다"며 "일반인들은 청결한 생활수칙을 지키면서 면역력을 유지하면 돼 크게 동요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