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칼국수집 자리에 면세점이 들어섰다. 백화점이나 공항에서 보던 면세점과는 달리 '짝퉁' 냄새가 물씬 난다. 그러고 보니 이런 면세점을 다른 동네에서도 보았다. 관광버스가 서 있을 자리가 아니라 한 번, 중국인들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줄지어 들어가서 두 번 바라보았다. 재고떨이를 하는 곳처럼 외관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사실 관광객 수가 줄어들면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질 것이다.
관광 명소도 없고 단체여행객이 한 번에 들어갈 맛집도 없는 이곳까지 여행사들은 피곤한 관광객을 이끌고 들어올 것이다. 몇 번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을 갔었는데 그때마다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이 바로 이런 식의 상품점 방문이었다. 하루에 하나 관광코스처럼 끼여 있었다. 유적지를 보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마을회관 느낌의 회의실에 앉아 라텍스나 상황버섯에 관해 장황한 설명을 들었다.
선물로 선뜻 구입하기도 어려운 고가의 물건들이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여행사들 사이에 이런 관행이 자리잡은 건지 모르겠다. 늘 못마땅한 문화였는데 이렇듯 우리 동네에까지 자리를 잡다니 괜히 그들과 공모라도 한 듯 미안하다. 앙코르와트의 상황버섯 상점에 갔을 때가 떠오른다. 수많은 관광객을 상대했을 사장님은 언변이 뛰어났다. "상황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로 시작한 그의 말은 "상황 종료"로 끝이 났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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