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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남북, 쉬운 것부터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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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남북, 쉬운 것부터 풀어야

입력
2009.05.02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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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색국면의 장기화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었다. 미국의 무시전략과 북한의 강한 반발로 북미관계까지 싸늘해지고 있어 돌파구 찾기도 어렵다. 하지만 약간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21일 남북의 개성 접촉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당국 간 접촉의 끈이 마련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우리 정부도 점차 유연한 대북 접근법으로 전환하고 있는 듯하다. 저점에 다다르고 있는 현 시점에서 남북관계 전환의 씨앗을 뿌릴 때가 되었다. 그것은 남북 당국 간 작은 규모의 일괄타결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본다.

유씨 억류ㆍ 개성공단 일괄타결

국내외 환경과 현실에 비춰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를 한꺼번에 풀어내기 는 벅차다. 그래서 남북관계 현안은 쉬운 것, 가능성이 있는 것, 빨리 할 수 있는 것,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는 것부터 풀어야 한다. 한 달 넘게 개성공단에 억류되어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와 북측이 요구한 개성공단 토지 사용료 및 임금 문제를 하나로, 북측의 이명박 대통령 비방 중지와 남측의 금강산관광 재개를 하나로 묶어 타결할 수 있다고 본다. 당국 간 비공식 접촉을 통해 이를 의제화하고, 공식 접촉에서 이를 일괄 타결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유씨 문제와 개성공단 문제를 묶어 해결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본다. 유씨 억류사태는 시간이 갈수록 남북 당국 모두에 부담이 된다. 현실적으로 이 문제의 해결 없이 남북 교류를 이어가고 당국 간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한 달 이상 방치되다시피 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여론도 따갑다. 북한에도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개성공단 재협상 문제는 북한의 요구 전부를 거절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임금만 봐도 2004년 이후 5년 동안 인상된 총액이 월급 기준 5.125달러, 1년 기준으로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월급이 올랐을 뿐이다. 합리적이고 냉정한 기준으로 보되, 전향적으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유씨 문제를 연계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의 이명박 대통령 비방 중지와 남측의 금강산관광 재개도 타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국가원수에 대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중상과 비방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며, 북한의 남북관계 인식에 근본적인 회의를 품게 한다. 그런 가운데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문제를 금강산관광 재개와 함께 푸는 것이 등가(等價) 교환이냐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금강산관광은 7월 11일 관광객 총격피살사건 1주년을 맞아 재개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현장검증 대신 피격 장소에 추모비를 세우고, 책임 있는 수준에서의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낸다면 최소한의 격식은 갖추는 것이 아닐까.

유모씨 문제와 개성공단 문제, 대통령 비방 중지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각기 하나로 묶는 작은 규모의 일괄타결로 꽉 막힌 남북관계를 뚫어야 한다. 이것들은 남북관계 현실에서 그나마 쉬운 것, 가능한 것, 빨리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 이상에 속하는 것들이다. 정부는 이 문제들을 묶어 비공식 접촉에 나서야 한다.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개성공단 2차 접촉에서 이 같은 문제해결의 틀을 제시하고 북측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우회적으로 중국을 통해 이 문제들을 북측에 제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

조건 붙여 금강산관광 재개도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북미관계는 여기자 석방문제를 계기로 직접대화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머잖아 펼쳐질 북미관계 개선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서도 남북관계 경색의 해소를 서둘러야 한다. 당장 5월부터 당국간 비공식, 공식 접촉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8ㆍ15 광복절까지는 작은 규모의 일괄타결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8ㆍ15에 이명박 대통령이 유연하고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제시할 수 있길 기대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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