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두고 있는 혐의는 '포괄적 뇌물죄'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한 100만달러,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건넨 500만달러 모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보는 것이다.
포괄적 뇌물죄는 형법상 규정된 죄명은 아니다. 뇌물 공여자로부터 특정 청탁이 없었더라도 해당 공무원의 직무관련성이 포괄적으로 인정될 때 뇌물죄가 성립된다는 법원 판례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형법 제129조 1항은 '공무원이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문상 죄가 되려면 직무 관련성과 받은 돈의 대가성이 입증돼야 한다.
공무원이 평소 친분이 있어 받았다거나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을 다투게 되는데, 이때 직무 범위나 대가 관계가 광범위하게 인정되면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포괄적 뇌물죄다.
법원은 직무 범위가 포괄적이고 권한이 막강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 대해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한 판례가 있다. 1997년 대법원은 재임시절 기업들로부터 수천억원씩의 불법자금을 받은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대통령은 정부 수반으로서 중앙행정기관을 지휘ㆍ감독하여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하고, 사업 인ㆍ허가, 금융지원, 세무조사 등에 대하여 직ㆍ간접적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기업체 활동에서 직무상 또는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대통령의 직무 범위를 매우 넓게 해석했다.
이를 이번 사건에 적용하면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내 사업을 도와 달라"는 명시적 청탁을 하지 않았더라도, 600만달러를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이 받았다는 사실만 인정되면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될 수 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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