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자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등 과거 북한을 방문한 최고위급 인사의 방북을 추진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27일(현지시간) “미국인 여기자 석방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카터, 리처드슨 등을 특사로 파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며 “방북이 성사되면 여기자 석방 문제가 주 의제가 되겠지만 핵문제 등에 대한 미국의 입장도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나 국무부에서 북핵 협상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북한 문제를 ‘해결(solution)’하기 보다는 ‘관리(management)’하는데 초점을 두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옮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카터나 리처드슨의 특사 파견은 지난해 말에도 거론된 적이 있으나 당시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라인이 윤곽을 잡기 전이어서 당사자의 희망사항으로 치부됐었다. 그러나 최근 로켓 발사로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인데도 보즈워스 대표의 역할이 미미해 최고위급 방북 방안이 다시 부각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 측의 불만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이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등의 방북을 경험한 북한은 주한 미 대사를 거친 보즈워스 대표의 직급에 불만을 가져왔으며 그가 터프츠대학 플레처스쿨의 학장직을 유지하면서 대북 대표를 겸임하는데 강한 불쾌감을 미국 측에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즈워스 대표가 지난달 아시아 순방 길에 북한 방북을 타진했다 거절 당한 이후 최근까지 미국의 잇단 방북 제의에 북한이 무반응으로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