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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기수가 먼저 뛰는 '사교육비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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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기수가 먼저 뛰는 '사교육비 대책'

입력
2009.05.02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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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에게 발표하라고 하세요."

교육과학기술부 핵심 관계자는 29일 학원 수강 시간 제한 등 곽 위원장의 '폭탄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 일정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관계자는 "사교육 대책을 발표한다고 해도 다른 기관과의 협의 일정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최소한 한 달 이상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곽 위원장이 최근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앞으로 2~3주 안에 교과부가 사교육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정작 사교육 관련 주무부처인 교과부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곽 위원장이 교과부와 협의도 제대로 안된 사교육 대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게 교과부 설명이다.

교과부에 따르면 사교육 종합대책은 현재 내부적으로 겨우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검토 수준의 걸음마 단계라고 한다. 교과부는 지난달 하순 미래기획위가 중산층 육성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 및 미래성장동력 기반 조성을 핵심으로 하는 '휴먼 뉴딜' 플랜을 내놓자, 여기에 맞춰 이달 초순부터 사교육비 경감 대책 논의를 시작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교육비를 줄이는 게 중산층을 살리는 것이라는 판단이 교과부 내부와 미래기획위 쪽에서 자연스럽게 나왔고, 그래서 사교육 대책을 마련해보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방과후 학교 운영 및 외국어고 전형 개선 등 여러 아이디어들을 올려놓고 논의만 거듭하고 있을 뿐 세부 방안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사교육 경감 대책이 가져올 파장 때문이다. 당정 및 청와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대책 마련에 앞서 필요한 공청회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곽 위원장이 확정된 것인 양 언급했던 밤 10시 이후 학원 수강 시간 제한, 방과후 학교 영리단체 참여 허용, 외국어고 전형 시 수학ㆍ과학 과목 가중치 폐지 등은 교과부와 미래기획위가 몇 차례 협의했던 안에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 중인 사안을 곽 위원장이 확정된 것처럼 발표했다는 것이다. 안병만 장관이 27일 한나라당 출신 의원들이 마련한 포럼에서 곽 위원장의 '오버'에 불만을 터뜨린 것도 자신은 보고도 받지 못한 내용을 미래기획위 측이 발표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교과부의 한 관료는 "인재정책실 주관으로 사교육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장관에게는 보고도 하지 못할 정도로 더디다"며 "사교육 대책이 가져올 파장이 만만치 않아 여론을 수렴하고 관련 기관과 충분히 협의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빨라야 6월은 돼야 사교육 종합대책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곽 위원장의 사교육비 대책 언급에 대해 "거론 방식에는 문제가 있지만 방향은 옳다"는 등 지지하는 견해도 적지 않은 점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래기획위로부터 정책 아이디어를 보고 받는 이명박 대통령이 곽 위원장의 발언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어 교과부가 서둘러 사교육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배제하기 힘들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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