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30일 소환조사에서도 종전과 마찬가지로 혐의를 강력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검찰이 고작 해명을 듣고자 전직 대통령을 불러들이는‘무리수’를 둘 리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의 견고한 방어벽을 허물기 위해 검찰이 고강도 압박 카드를 활용할 것이라고 짐작되는 이유다.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들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은“도덕적 파산은 어쩔 수 없지만, 피의자의 권리는 지키고 싶다”로 요약된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가족이 600만달러를 받은 것은 맞지만, 본인은 이를 몰랐다는 주장이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횡령 혐의까지 드러나자 그는 스스로‘정치적 사망 선고’를 내리면서도“이제 내가 말할 수 있는 공간은 오로지 사법절차 하나만 남아있다”고 밝혀 최소한 형사처벌만큼은 피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검찰 소환 조사에서도 노 전 대통령은 의혹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며 배수진을 칠 공산이크다.
검찰은이같은노전대통령의‘모르쇠’ 전략에 어떤 수사기법으로 대응할지 고심 중이다. 현재 검찰이 확보한‘결정적’ 증거는 뇌물 공여자인 박회장의 진술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방의 진술에 불과하다. 노전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반증자료를 제시할 경우엔 오히려 박 회장 진술이 신빙성을 의심받게 될 수도 있다. 검찰로서는 무엇보다도 노 전대통령의‘자백’을 이끌어내는 게 상수다.
때문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과는 별개로, 매우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사의 베테랑인 대검 중수부 검사들이 공들여 준비한 300여 문항의 질문을 장시간에 걸쳐 집요하게 이어감으로써 노 전 대통령 측이 결국‘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하는 자충수를 두도록 유도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동의할 경우 자정을 넘어 심야까지 조사가 이어진다든가, 심지어는‘1박2일 마라톤 조사’가 점쳐지는 이유다.
검찰은 박 회장 및 돈거래의 중개역을 맡은 정전 비서관과의 대질신문에 상당히 기대를 거는 눈치다. 혐의를 줄곧 부인해 온 노 전 대통령도 그의 심복으로서 궂은 일을 도맡아 했던 정 전 비서관 앞에선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인 것
이다.
구속영장 청구도 유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구속되는‘치욕’을 겪느니 차라리 깨끗하게 인정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게 낫지 않겠느냐는 일종의‘딜’을 제시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구속이냐 불구속이냐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조사결과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영장청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가능성은 적지만 최후의 경우에는 부인 권양숙 여사나 아들 건호씨에 대한 사법처리를‘무기’로노전대통령 압박에 나설수도 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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