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신문을 ▲100만달러 수수 의혹 ▲500만달러 수수 의혹 ▲기타 의혹 등 3가지로 나누어 진행할 예정이다.
박연차 회장의 직접적인 진술 외에 검찰이 수집한 간접ㆍ정황 증거들은 총 1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노 전 대통령이 태도를 바꿔 일부라도 혐의를 시인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 100만달러 수수 의혹
검찰은 시점상 가장 앞서 발생한 100만달러 수수 의혹을 먼저 조사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먼저 발생한 범죄부터 신문하는 것이 조사기법 상 자연스럽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2007년 6월 노 전 대통령이 100만달러를 현금으로 요청했다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박 회장의 돈을 받아 대통령관저에 전달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권양숙 여사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해 검찰을 곤혹스럽게 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벽을 돌파하기 위해 다각도로 수사를 벌였으며, 이를 토대로 추궁한 끝에 정 전 비서관한테서 최근 진술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주초에 정 전 비서관과 박 회장의 대질신문에서 노 전 대통령을 추궁할 매우 의미있는 진전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 박 회장은 대질신문에서 한번도 밀린 적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신문에서도 '대질의 왕' 박 회장에게 큰 기대를 거는 눈치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100만달러 사용처에 대해서도 신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용처 수사가 원활치 않더라도 노 전 대통령이 돈을 받은 사실만 입증하면 뇌물죄 적용에 어려움이 없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 500만달러 수수 의혹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퇴임 직전, 조카사위 연철호씨와 아들 건호씨를 통해 박 회장에게서 500만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투자를 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연씨가 개인적으로 투자받은 것이고 나는 퇴임 후에야 알았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투자금 중 300만 달러가 건호씨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투자된 사실 등을 밝혀내 사실상 500만달러가 건호씨의 지배 하에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건호씨가 500만달러 투자를 받기 직전, 투자와 관련해 자신이 쓰던 노트북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등 노 전 대통령에게 투자에 대한 상의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노트북은 500만달러와 관련한 부분인데, 이번 수사에서 이러한 것들(증거들)이 100여 개는 된다. 하나하나 쌓여 사실관계가 확정되는 것이다"며 증거들을 상당히 수집했음을 시사했다.
■ 기타 의혹
노 전 대통령의 연루가 의심되지만 혐의를 벗을 수도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루어진다.
우선 정 전 비서관이 청와대 공금 12억5,000만원을 횡령하는 과정에 노 전 대통령의 지시나 공모가 있었는지 부분이다. 검찰은 횡령금이 대통령 특별활동비 예산을 빼낸 것이어서 노 전 대통령이 지시했거나 알고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은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어 관련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게 이 부분을 최종 확인할 예정이다.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서 3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애초 권 여사가 "정 전 비서관이 아닌 내가 받은 돈"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그 배경을 추궁할 예정이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회갑 선물로 제공한 1억원 짜리 스위스제 시계에 대해서도 물을 계획이다.
이진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