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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취임 100일/ '오'랜 관행 '바'꿔 '마'법처럼 美 개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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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취임 100일/ '오'랜 관행 '바'꿔 '마'법처럼 美 개혁중

입력
2009.05.02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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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는다. 최악의 금융위기를 떠안고 출범한 오바마 정부는 1933년 대공황 와중에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비유된다. 오바마의 취임 100일 역시 루스벨트가 각종 정책과 법안을 숨가쁘게 토해냈던 100일 못지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와 관심을 모았다.

취임 100일을 맞는 오바마 대통령은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3분의 2가 100일 동안 "매우 훌륭히 일했다"고 대답했다. 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100일에 대해 비슷한 응답을 한 국민이 37%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여론조사대로 오바마 대통령의 100일은 미 국내외 정치ㆍ경제 환경에 소용돌이를 몰고 왔다. 이는 '47세의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혁명적 정체성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남긴 '부(負)의 유산'이 워낙 깊고 컸던 것과도 관계가 깊다. 특히 외교 정책의 극적인 반전은 예상을 훨씬 넘는 것이었다.

첫 해외 순방이었던 4월 영국 런던 금융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정부에서 '신냉전'으로까지 불렸던 미국-러시아 관계의 새 판을 짰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의 표현대로 양국 관계의 '리셋(재정립)' 버튼을 누르며 미사일방어(MD), 이란 핵문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대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대화와 협력을 약속했다. 공약대로 2010년 8월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 대부분의 철군을 확약했고, 인권침해의 상징이었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를 발표했다.

부시 정부가 손을 놓았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과 관련해서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라는 '두 국가 해법' 카드를 쥐고 이스라엘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에서도 180도 자세를 바꿔 온실가스 배출 억제, 재생에너지 확대 등 온난화 방지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보여준 반미 지도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의 '악수외교', 반세기 동안 계속됐던 쿠바에 대한 제재 완화 등 굵직굵직한 뉴스가 꼬리를 이었다.

프린스턴대학의 정치역사학자인 줄리안 젤리저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의 100일 동안 1960년대 이후 가장 야심적인 의제가 설정됐다"고 말했다. 포드햄대학의 톰 드 루카 정치학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과 행정부에 대한 엄청난 자기확신을 드러낸 시기"라고 평가했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부시 대통령이 수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남녀평등임금법을 취임 후 첫번째 법안으로 서명했다. 로비스트의 과도한 정치개입을 제한한 신 정치윤리 라이드라인을 관철했고,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보국(CIA)의 고문실태를 공개해 인권 존중과 도덕을 행동으로 옮겼다. 여론을 결집하기 위해 선거유세와 같은 타운홀 미팅을 갖고 심야 토크쇼 출연도 마다하지 않는 '소통'도 강조했다.

숨가쁘게 취임 100일을 달려오다 보니 한계와 과제도 지적된다. 취임 전부터 외친 '초당적 국정운영'이 무색하게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100일이 지난 지금 역대 가장 지독한 '정파적 지도자'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2월 7,87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법안 표결에서 공화당 하원의원 단 한명으로부터도 지지를 얻지 못했다. CIA 고문 공개와 관련해서는 부시 정부 인사를 포함한 공화당이 정면대결을 불사하는 듯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허용 조치에 대해서는 공화당은 물론,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오만하다"는 말까지 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파성 지수에서 각각 57%와 51%를 기록했던 부시, 클린턴 전 대통령보다 높은 60%를 기록하고 있다. 벤치마킹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보다 4배 이상 높은 20%의 정치 반대세력이 포진하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건강보험 개혁, 신에너지 정책 등 치러야 주요 격전이 오바마 대통령 앞에 놓여 있다"며 "다음 100일은 국민의 지지가 얼마나 지속되고 또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했다.

■ 경제 '희망의 빛' 스마트 외교 '새 장'

취임 100일을 맞는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와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는 각각 '부시 유산 지우기'와 '신중한 낙관론'으로 요약된다.

외교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정부에서 미사일방어, 북대서야오약기구(NATO) 확대, 이란 핵문제 등으로 사사건건 부닥쳤던 러시아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상호존중의 관계"를 설정했다. 비속어까지 동원하는 저속한 외교전도 마다 않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는 미주기구 정상회의에서 먼저 악수의 손을 내밀었다.

차베스가 2006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을 가리켜 "어제 이 자리에 악마가 다녀갔다. 연단에서 아직도 유황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독설을 퍼부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의 느낌마저 든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는 무게 추를 친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설을 강하게 지지하는 쪽으로 옮겼다.

이란과는 우라늄 농축을 한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자세를 내비치며 이란 정부와 직접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 테니 당신도 주먹을 펴라"는 1월 취임사가 무색하지 않다.

오바마의 외교는 겉으로 드러난 성과 못지않게 상대국과의 대화에서도 차별화한 모습을 보였다. '군림하고 지시하고 거부하던' 부시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보에서 벗어나 동등과 참여, 상호존중의 화법이 연일 등장했다. 공화당으로부터는 상대국에게 머리만 조아리고 다닌다는 '사과 외교'라는 말까지 나왔다.

경제는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낙관론 속에 본격적인 경기회복까지는 여전히 상당한 고통이 뒤따른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조지타운 대학 연설에서 "처음으로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경기부양법안이 통과되고, 부동산 안정화 대책 및 자동차 구제안 등이 윤곽을 잡으면서 경기 바닥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러나 지표상의 '반짝 상승'은 부양책의 단기 약발에 따른 것이라는 견해가 많아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점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 북핵·미사일 문제 교착 '시험대'

북핵문제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100일은 다른 분야보다는 현저하게 성적이 떨어진다.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로켓발사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와 북한의 추가 도발로 북핵 협상의 교착국면은 더욱 깊어졌다. 해빙무드가 완연한 이란 핵문제와는 반대로 대북관계는 더욱 경색돼 '스마트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는 북한 문제 뿐 아니라 기후변화, 금융위기 등 지구적 이슈에서 협조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혀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가 6자회담에 우선하는 북미 간 양자접촉으로 귀결되고, 이 과정에서 한국이 협상에서 배제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신세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사라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출범과 동시에 특사외교를 선언했다. 분쟁지역에 고위급 특사를 파견해 직접 해당국 정부와 담판을 짓는 적극적인 방식이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6자회담을 전담하는 북핵특사와 북한과의 고위급 양자접촉에 무게를 둔 대북정책특별대표직을 신설했다. 새로운 대북정책 틀을 바탕으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1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문제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북한문제에 시급성을 갖고 행동할 것"이라며 "양자접촉도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이달 초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하면서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북한과의 양자대화는 물 건너 갔고 유엔 제재, '6자회담을 통한 북한 비핵화 압박'이라는 부시 정부 2기를 연상시키는 대북정책으로 회귀했다. 22일 클린턴 장관이 취임 후 첫 의회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외하고는 북한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오바마 정부의 달라진 대북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지적된다.

'선의의 무시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요지는 '나쁜 행동에 대한 상응하는 결과'라는 원칙적인 대응을 은연중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2006년 핵실험 이후 미국 정부가 부랴부랴 양자대화에 나선 것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워싱턴의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과 아프가니스탄, 중동 등 여타 지역 현안의 시급성 때문에 북한 문제는 오바마 정부에서 장기적인 과제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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