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중인 부인을 줄기차게 찾아가 무작정 만나달라고 요구한 남편에게 "부인으로부터 반경 100m 이내로 접근하지 말라"는 법원의 명령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 박병대)는 28일 주부 김모(45)씨가 남편 이모(49)씨를 상대로 낸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1989년 이씨와 결혼한 김씨는 2007년부터 남편과 별거하며 두 자녀를 친정에 데리고 가서 살았다. 남편은 별거 시작부터 계속해서 처가를 찾아와 "부인과 아이들을 만나게 해 달라"며 소리를 질렀고, 때때로 아파트 계단에서 밤을 새우며 기다리기도 했다. 부인에게 "계속 계단에서 살겠다"거나 "여기서 죽어버리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적도 여러 차례다.
남편의 일방적 요구를 견디다 못한 김씨는 올해 2월 남편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고, "남편이 자신과 아이들, 친정 어머니에게 면담을 강요하거나 전화ㆍ이메일 연락을 할 수 없게 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혼인관계상 문제를 초래한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상관없이 부부 각자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며 "남편 이씨는 부인의 의사에 반해 부인의 100m 이내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남편이 두 자녀에게까지 접근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신청에 대해서는 "친권자인 남편의 양육권 제한은 가사소송법 절차로 가능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모에 대한 접근금지 신청도 기각됐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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