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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 한국경제] 제3부 <5> 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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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 한국경제] 제3부 <5> 충북

입력
2009.04.2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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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충북 음성군 소이면 소이공업단지 내 현대중공업 태양전지 공장. 전 자동 컨베이어 벨트에서 가로, 세로 각 15.6㎝ 크기의 정사각형 태양전지가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시간당 생산량은 1,200장. 하얀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표면 화학처리, 전극형성 등 9가지 공정을 자동화 기기와 모니터로 관리하느라 분주하다. 옆 생산라인에서는 태양전지를 연결해 태양광 모듈(태양전지 집적체)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5월 가동에 들어간 이 공장의 태양전지 및 태양광 모듈 생산 규모는 연간 70MW. 하지만 한달 뒤 제2 공장이 완공되면 생산 규모는 연 330MW로 5배 가까이 늘어난다. 주택 1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량이다.

이 공장 장호원(54) 총무팀장은 "1,2공장을 풀 가동하는 내년 말쯤이면 연 1조원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며 "설비를 계속 늘려 5년 뒤에는 태양광 분야의 세계적 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충북이 친환경 미래 에너지로 각광 받고 있는 태양광(光) 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태양전지 등 태양광 발전의 핵심 부품ㆍ소재 산업을 이끄는 굴지의 기업들이 대거 몰리고 있고 세계 수준의 태양광 연구시설도 잇따라 들어설 예정이다.

태양광 업체들의 충북 입주는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솔라 붐'이다.

태양광 모듈 생산업체 ㈜경동솔라는 음성군 대소면에 둥지를 틀고 이달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연간 60MW의 태양광 모듈을 생산한다. 경동솔라는 앞으로 2,3년 내 200MW까지 생산능력을 늘려 유럽과 동남아, 호주 등지로 수출 길을 넓힐 참이다.

앞서 한국철강은 증평군 증평산업단지에 태양전지 공장을 건립, 연간 20MW의 박막형 태양전지 모듈을 생산 중이다. 2020년까지 4,600억원을 연차적으로 투자해 증평공장을 세계적인 태양전지 공장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신성홀딩스도 증평산업단지에 연간 50MW의 태양전지 공장을 세워 지난해 11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2년까지 2,000억원을 추가로 들여 연간 생산능력을 200MW로 확대키로 했다.

최근 태양에너지 개발 경쟁에 뛰어든 ㈜에이원테크도 입주를 앞두고 있다. 연간 70MW의 태양전지 공장을 증평에 지어 9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총 투자액은 3,160억원. 태양전지 모듈 업체 ㈜대유디엠씨도 연내 충주에 공장을 세우기로 충주시와 협약했다.

태양광 발전 관련 장비ㆍ소재 제조업체의 입주도 잇따르고 있다. 태양광 설비업체인 테크윈이 청주산업단지에서, 태양광 인버터(전기변환장치) 생산업체인 다쓰테크가 청원군 오창산업단지에서 각각 가동 중이다. 현재 충북에서 가동 중인 태양광 업체들의 태양전지· 모듈 분야 생산능력은 전국 생산량의 60%나 된다.

세계적인 태양광 연구ㆍ개발(R&D) 시설도 충북에 둥지를 튼다. 다국적 기업인 미국의 다우코닝사는 진천군 광혜원산업단지에 연말까지 태양광 R&D센터를 건립해 2010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이 R&D센터는 세계 각국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을 모아 다양한 태양광 소재 및 솔루션을 개발, 테스트하며 기술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충북도 이성원 태양광부품소재산업 담당은 "세계적인 연구기관이 문을 열면 관련 태양광 기업들이 더 들어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태양광 기업들이 충북에 몰리는 것은 입지 조건이 좋은데다, 충북도가 일찍부터 태양광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정해 기업 유치에 전력을 쏟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충북은 청주국제공항, 고속철도 오송 분기역, 경부ㆍ중부ㆍ동서고속도로, 충북선 철도 등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있어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입을 모은다.

충북도는 이를 토대로 '아시아 솔라밸리' 조성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태양광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들어서고 있는 청주~오창~증평~음성~충주 지역을 벨트화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태양광 허브 도시로 발돋움하려는 것이다.

도는 이 사업에 올해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총 1,320억원을 투자한다. 핵심 사업은 '태양전지종합기술센터' 건립. 태양광 분야의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시설이다. 태양광 특성화 대학원도 별도로 꾸릴 생각이다. 도는 몰려드는 기업체를 수용하기 위해 태양광 전문 산업단지도 만들 계획이다.

앞으로는 집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권역별로 특성화해서 기업체를 유도키로 했다. 청주ㆍ오창권은 정비 시스템 분야, 음성ㆍ증평권은 태양전지 및 모듈 분야, 충주권은 소재 및 웨이퍼 분야로 특화한다. 도는 '아시아 솔라밸리'를 산업특구로 지정하는 것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충북도 정정순 경제통상국장은 "다른 지역보다 먼저 태양광 기업유치 전담팀을 꾸려 운영한 것이 투자 유치에 적중했다"며 "음성과 증평 등지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솔라 벨트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충북이 국내 태양광 산업의 본고장으로 자리매김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 정우택 충북지사 "중부신도시 IT·BT 접목, 탄소 제로도시 만들 것"

지난해 11월 초순께 오른 팔 인대 수술을 앞둔 정우택 충북지사가 갑자기 수술 스케줄을 연기하도록 지시했다. 인대 파열로 수술이 급했던 상황이라 비서진이 깜짝 놀라 만류했지만 정 지사는 듣지 않았다.

그가 진통제를 맞으며 달려간 곳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 다우코닝 창립 25주년 행사장. 그는 3시간 넘게 진행된 행사를 꼬박 지켜보며 장마크 길슨 다우코닝 아시아지역 사장 등 회사 고위층에게 충북의 투자 환경을 소상히 설명했다.

그로부터 5개월 후인 3월 말. 세계적 실리콘 기업인 다우코닝은 충북 진천에 '태양광 솔루션 응용기술센터'를 건립하기로 충북도와 투자협약을 했다. 다우코닝이 본사가 있는 미국 외 지역에 태양광 연구시설을 설립하는 것은 처음이다.

정 지사는 "다우코닝이 연구센터를 아시아 지역에 세운다는 정보를 접하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며 "건설적인 파트너가 되겠다고 진솔하게 대한 것이 통한 것 같다"고 했다.

정 지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태양광 산업 전도사'다. 그는 도정 목표인 '경제특별도'를 달성하는 제1 수단으로 태양광 산업을 택해 관련 기업 유치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래의 성장동력 산업을 일찌감치 간파한 것이다.

그는 "충북만큼 태양광 사업하기 좋은 곳은 없다"고 자랑한다. "요즘 태양광 업체들이 몰리는 음성, 증평 등 충북 중부권은 일사량이 많아 태양광 이용 효율이 아주 높습니다. 거기다 교통망까지 좋으니 입지 여건으로 더할 나위 없지요"

도백의 지휘 아래 충북도의 태양광 기업체 유치 작업은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정기적으로 투자유치 설명회를 여는 것은 기본이고 기업체 관계자들을 모아 태양광 전문산업단지 투어를 펼치기도 한다. 중소기업을 대기업과 협력업체로 묶어주는 일도 돕는다.

올해 2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태양에너지엑스포 2009' 행사에선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태양광 부품소재산업 홍보관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40여개 해외 업체들의 관심은 충북의 태양광 산업 인프라에 집중됐다.

정 지사는 "충북은 태양광과 연관성이 큰 반도체, 부품소재 산업이 일찍부터 발달했고 청주대, 충주대의 태양광연구소 등의 전문 인력도 풍부하다"며 "이렇게 인프라가 뛰어나니 해외 기업들까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태양광 기업들이 대거 몰려와 이제 만족할 만도 한데 정 지사는 기업유치 작업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그는 "기술개발, 인력양성 등 태양광 기업만을 위한 맞춤형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경제특별도 펀드' 를 우선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정 지사는 녹색 성장의 개념을 도시 개발에 적용하는 사업에도 착수했다. 2012년까지 진천군 덕산면과 음성군 맹동면 일원에 들어설 중부 신도시를 저탄소 에너지 집약형 도시로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이 도시는 태양광과 정보통신(IT), 바이오 산업(BT)을 결합한 성장거점 자족도시이면서 대중교통 전용지구 등 저탄소 녹색 교통체계를 갖춘 '탄소 제로도시'를 지향한다.

정 지사는 "충북이 구상하고 있는 '아시아 솔라 밸리'는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이제 충북의 태양광이 뜨면 한국의 태양광 산업 수준이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하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청주=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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