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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프로 우려되는 '우려먹기'

입력
2009.04.2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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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개그프로그램인 '개그야'에서 최근 신규 편성된 '무완도전' 코너. 프로그램 한 회당 총 3번으로 나눠서 진행되는 이 코너는 역시 MBC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 출연자의 말투, 행동을 똑같이 따라한다. 무한도전 제작진의 도움을 받아 의상도 실제 멤버가 입었던 의상을 입고 특유의 자막과 이모티콘까지 그대로 사용한다. 이 코너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이 너무 실제 멤버의 말투와 행동을 똑같이 따라해 시청자들이 헷갈릴 정도다.

#KBS 2TV '코미디쇼 희희낙락'. 24일 첫 정규 방송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미 막을 내린 '박중훈쇼'를 패러디한 '김중훈쇼'가 화제다. 개그맨 김준호는 여성그룹 소녀시대가 박중훈쇼에 출연했던 영상을 자신이 이야기하는 화면에 섞어 '전문 사채조직 소녀시대와의 토크'를 만들었다. 김준호가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느냐"고 물으면 소녀시대 태연이 "괜찮다, 우리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개그프로그램에 패러디가 넘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 목록을 보면 KBS 2TV '개그콘서트'의 '꽃보다 남자', KBS 코미디쇼 희희낙락의 '김중훈쇼', MBC 개그야의 '무완도전'과 '가슴팍 도사' 등 인기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제목이 자주 눈에 띈다.

'아내의 유혹' 민소희를 패러디한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의 '민소매'의 복수전도 그 중 하나다. 장도연이 연기하는 민소매는 얼굴에 점을 찍고 이수근이 말만 꺼냈다 하면 복수하겠다고 소리를 지른다. 박휘순을 비롯한 개그맨 4명이 등장하는 꽃보다 남자는 개그맨들이 미남인척 하는 '어울리지 않는 F4 연기'로 웃음을 준다.

이렇게 드라마에서 극중 배역을 따다가 차용하는 패러디도 있지만 무완도전, 가슴팍 도사는 아예 기존 프로그램의 포맷을 그대로 차용했다. 개그맨 심현섭의 컴백으로 화제가 되었던 가슴팍 도사는 게스트를 불러 고민을 해결해 준다는 진행 형식이 무릎팍 도사와 같다.

게스트도 개그맨이 아니라 솔비, 카라 등 인기 가수다. 무릎팍 도사 특유의 게스트 프로필 제창을 여기서도 응용해 웃음을 주고 있지만 아이디어를 짜지 않고 기존 것을 응용해 쉽게 가려고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인기 방송 프로그램의 캐릭터와 형식을 따라한 개그 프로그램의 경우, 시청자에게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는 이점이 있다. 평소에 개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더라도 좋아하던 드라마의 캐릭터가 나오면 텔레비전으로 눈길이 가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기존의 것을 식상해하는 시청자의 특성상, 친숙함은 양날의 칼이다. 기존 캐릭터를 패러디해 웃음을 주는 무완도전의 경우, 패러디 자체는 재미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재창조성이나 반전이 약하기 때문에 '우려먹는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개그야 시청자 게시판에는 "진짜 무한도전 멤버들이 나온 줄 알고 깜짝 놀랐다" 등 패러디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무한도전에서 했던 소재 다 써먹으면 이 코너 빨리 끝나는 게 아니냐", "새로운 코너를 짜서 웃길 생각은 안 한다" 등 창의성 없는 패러디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개그야의 김구산 PD는 "어떻게 하면 시청자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을까 고민하다 패러디 코너를 만들게 됐다"며 "시청자 눈높이에 맞는 반전 등으로 패러디를 재창조하는 노력을 하면 그런 비판은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차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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