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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울시향 '2009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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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울시향 '2009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Ⅱ'

입력
2009.04.2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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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현대음악은 어렵고 낯설어 친해지기 어렵다고 단정한다. 하지만 24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2009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Ⅱ'는 현대음악도 얼마나 경이로울 수 있는지 증명한 콘서트였다.

서울시향은 발두르 브뢰니만의 지휘로 리게티, 푸러, 진은숙, 횔러, 린드베리의 서로 다른 음악 세계를 파노라마처럼 펼쳤다. 다섯 곡 모두 한국 초연 또는 아시아 초연이었지만, 진은숙의 '로카나'와 린드베리의 클라리넷협주곡은 기립 박수를 받는 등 청중 반응도 뜨거웠다.

이날 작곡가들이 구사한 언어는 어떤 기법이나 개념의 실험이 아니라 오랜 기간 숙성되어 정제된 것이었다. 관념적이거나 형식적이기보다 구체적이며 명쾌했고 심지어 감각적이기까지 했다.

비록 외양은 다변적이고 복잡하나 그리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고 단순하기까지 했다. 그들은 미세한 기압 변화의 스펙트럼 공간 속에 다채로운 빛과 색깔로 소리들의 운동과 그에 의한 형상을 구성했다.

특히 이날의 압권이었던 진은숙의 '로카나'(한국 초연)는 그것이 오케스트라 음향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그가 추구한 음향의 요지경 속에 청중을 몰입하게 했다.

산스크리트어로 '빛의 방'을 뜻한다는 '로카나'에서 소리는 빛이 되어 난무하며 사라지다가는 마그마처럼 분출되었다. 이 현란한 작품은 한마디로 진은숙이 오케스트라, 아니 음악을 다룸에 있어 얼마나 자신만만한지를 보여주었다.

나는 금관들의 포효 속에서 그리스 신전의 거대한 원주를 보았으며 그 사이를 광속으로 넘나드는 빛줄기의 초현실주의적 판타지를 읽었다. 그러면서도 스트라빈스키, 드뷔시, 작곡가의 스승 리게티에 대한 오마주도 느꼈다면 과민한 것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숨 죽이고 집중했던 이 작품은 최근 들어본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로카나'는 몬트리올 심포니,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베이징음악제, 서울시향이 공동 위촉해 지난해 3월 몬트리올 심포니가 세계 초연한 이래 미국과 독일, 중국에서도 연주됐다. 진은숙은 현재 BBC 프롬스에서 세계 초연될 첼로협주곡을 작곡 중이며 올해 도쿄 산토리홀에서는 생황협주곡이 초연될 예정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극장, 오케스트라들은 세계 초연 사실을 중요한 업적으로 여긴다. 이제는 서울도 세계적 작품의 초연지가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국제적으로 인지도 높은 작품의 재개봉이 아닌 최초 상영관, 그것도 유일 상영관의 기능이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아르스 노바로 인해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날 또 다른 경이로운 작품은 핀란드 작곡가 마그누스 린드베리의 클라리넷협주곡(한국 초연)이었다. 30분 길이의 이 단악장 협주곡은 독일 동화 '피리 부는 사람'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듯, 독주로 시작하는 클라리넷이 시종일관 다채로운 오케스트라 악구들을 이끌고 다녔다.

누가 들어도 모험 가득한 판타지처럼 생각되는 작품으로 이를 실감나게 만든 것은 클라리넷 연주자, 카리 키리쿠였다. 놀라운 연주력과 더불어 연기, 연출력을 지닌 그는 통념적인 연주와 더불어 음악이 요구한다면 통속적인 주법까지도 다양하게 구사했다.

아르스 노바의 음악 언어는 분명 청중에게 익숙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능숙한 작곡가들은 설득에 성공했으며 청중은 음악이 지닌 보다 많은 가능성을 알게 되었다. 종래 음악보다 더욱 향상된 강도와 밀도, 유연한 작곡가의 사고, 이에 비례하여 그들의 음악 체험도 차원을 넓혀간다는 사실을….

이 점이 아르스 노바를 성원하는 이유이다. 아르스 노바 콘서트는 미지의 음악 세계를 열망하는 작곡가와 음악 애호가들의 문이며 세계 속 서울의 문화를 위한 국제 터미널이다.

황성호(작곡가ㆍ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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