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에 돌입한 1분기 '어닝 시즌(기업실적발표)'의 성적표는 확실히 기대 이상이었다. 작년 4분기보다 나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몇몇 기업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에 가까운 성과를 내놓았다. 이 같은 어닝 시즌 성과는 각종 거시실물경제지표의 호전, 해외언론 및 전망기관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호평과 어울어 지면서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기업들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예상보다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1분기 성과엔 환율요인이 반영된 것이어서, 이것만으로 밝은 미래를 예단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지금 상황은 다 죽을 것처럼 생각했었는데 막상 지나고 보니 숨 좀 돌릴 수 있게 된 것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도 고비는 여러 번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5대 핵심산업의 1분기 실적을 토대로 향후 흐름을 점검해본다.
<전자>전자>
삼성전자는 1분기 4,700억원(흑자전환), LG전자는 4,556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하며, '깜짝 실적'을 시장에 선사했다.
하지만 이들은 향후 전망에 대해 여전히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 무엇보다 원가 절감 및 마케팅 비용 감소와 같은 고강도 긴축경영으로 거둔 결과인 만큼 성장 폭이 제한적인데다, 아직까지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아 '바닥을 쳤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변곡점을 지났다고 할 수 없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특히 점유율 확보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실탄'(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을 경우, 반도체 LCD 등 시장은 언제든지 '치킨게임'국면으로 되돌아갈 수 있고 이 경우 '역(逆) 성장'반전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요 회복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경기회복을 논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자동차>
자동차 업계는 확실히 2분기 이후 실적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1분기 바닥을 친 만큼 상황이 더 악화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업체별로 온도차는 극명하다.
현대자동차는 2분기 실적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5월부터 실시되는 노후차 교체시 세제 지원과 각국 정부의 완성차 산업 지원정책 등이 판매량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재고가 많이 소진된 만큼 1분기 70% 미만에 그쳤던 국내 공장 가동률도 2분기에는 85%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ㆍ기아차가 미국 시장점유율 10%대에 올라설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반면 본사인 GM의 파산 위기에 직면한 GM대우차와 법정관리중인 쌍용차는 유동성 위기에 신차 효과 등도 없어 실적 호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철강>철강>
5대 주력산업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곳이 바로 철강. 포스코는 1분기 영업이익이 70%나 감소한 바 있다.
업계에선 '1분기 보다는 2분기이후가 나을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경기부양책에 따라 자동차와 건설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도 최악의 상황은 지났으며, 2분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은 4대강 살리기 등의 건설 수요 증가로 철근 판매가 늘어나고, 조선용 후판을 주로 생산하는 동국제강도 3년치 일감을 확보한 대형 조선소 덕분에 매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올 7월부터 300만톤 규모의 전기로 공장을 가동하는 동부제철도 곧 철강 수요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수익성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조선>조선>
조선은 올해에도 사상 최대 실적이 확실시된다. 주문을 미리 받아 선박을 제작하는 조선업 특성상, 올해 선주사에 전달할 척수, 즉 매출액은 사실상 정해진 상태다. 올해에만 110여척의 선박을 제작할 현대중공업은 지난해(20조원)보다 15% 늘어난 23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도 모두 10% 이상 매출이 늘어나고, 최근처럼 후판 가격이 안정될 경우엔 이익도 크게 늘 전망이다.
다만 수주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최근처럼 선박 주문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운영자금 부족과 일감 감소가 한꺼번에 몰아 닥치면서 영업실적이 나빠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특수선 등을 중심으로 수주가 되고 있어 아직까지 업황이 비관적이진 않다"고 설명했다.
<유화>유화>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에선 1분기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거둬 흐믓한 표정. SK에너지도 영업이익 6,458억원의 성적표를 발표했다. 그러나 업계 전체로는 이런 움직임이 계속 이어질 지 미지수라며 다소 긴장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1~3월 원유와 제품가의 차이인 정제 마진은 계속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중국과 인도의 정제 물량이 국제 시장에 쏟아질 경우 2閨?실적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돼 수요가 따라주지 못할 경우 실적은 악화할 수 밖에 없다.
석유화학 업계도 비슷하다. 중국의 내수 부양책에 힘입어 1분기 영업 실적이 좋았다고 하지만 이는 지난해 경기 침체 이후 업체들의 감산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유동적"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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