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투자은행(IB)들이나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외국계'라고 해서 한국 경제를 전망하는 메커니즘이 국내 기관들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대체로 소비, 투자, 대외거래, 정부재정 따위의 기초 데이터를 보통 미국에서 개발돼 나온 연립방정식 모델에 넣고 돌리는 식. 여기에 조사 당시의 특수한 경제상황이나 해당국 정부의 정책, 외환시장 등 변수에 따라 기관마다 나름의 시각을 갖고 다소 조정을 가하는 정도다.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전하는 좀 더 큰 차이는 전망에 투입되는 인력이나 들이는 공이다. 최소 10명 이상의 전문인력이 달라붙는 국내 연구기관과 달리, 외국계 IB들은 많아야 1,2명이 한 국가의 전망을 담당한다. 가령, 아시아 전체로 보면 투자 비중이 높은 일본에 1명, 중국에 1명, 나머지 아시아 국가에 2명 정도 식으로 배분이 이뤄진다. 해당국 지점에서 관련 기초자료를 보내주면 싱가포르, 홍콩 등 지역본부에서 비교적 '속성'으로 전망 작업이 진행된다는 것. 해당국에 대한 투자를 전제로 생산되는 전망인 만큼 회사마다의 '입장'도 적지않게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 기구들은 기초 자료뿐 아니라 국내 연구소, 정부, 한국은행 등의 입장까지 수렴할 정도로 한국내 의견에 신경을 쓴다. 꼼꼼히 조사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독자적인 판단을 하기에 힘이 부친다는 의미. 한 연구소 관계자는 "평상시 IMF 등의 전망치는 각국 연구소들 전망의 평균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최근 IMF가 한국의 내년 성장 전망치를 1.5%로 낮춰 잡은 것은 글로벌 경제상황이 나빴던 올 1,2월 자료를 토대로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런 외국계의 전망치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떨까. 국내 기관들은 더 이상 외국계가 내놓는 한국경제의 성장률 수치에 주목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는 종합적인 수치보다 그를 이끌어 낸 과정, 즉 각종 기초자료에 대한 해석의 타당성을 중요시한다는 얘기.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정부정책의 효과나 수출전망 같은 전망의 구성요소에 대한 해석이 공감할만 하면 참고하지만 종합적인 성장률 수치는 큰 의미가 없다"며 "그런 점에서 구체적인 전망 구성요소를 공개하지 않는 IB들의 전망은 굳이 참고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은 IB들도 국내 연구소들에게 의견을 물을 정도로 한국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삼성ㆍLGㆍ현대경제연구원 등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은 최근 IMF의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도 향후 성장률 전망에 참고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현오석 KDI 원장은 "IMF는 이번에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자세한 근거 설명도 없었다"고 말했고,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6월 발표할 수정치는 올 1분기 실적치를 주로 고려할 것이며 IMF 전망치는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