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별아가 아들의 학교 때문에 이사를 했다. 우리 큰아이도 진학하고 싶어하는 학교인데 다른 대안학교와는 달리 기숙사가 없었다. 통학 거리가 너무 멀어 포기해버리고 만 나와는 달리 김별아는 별 생각하지 않고 학교 근처로 이사를 해버렸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우리는 몇 번 아이들을 데리고 만났다. 잘 놀다가도 헤어질 때가 되면 아이들은 괜히 토닥거렸다. 그 아이들이 어느새 중학생이 되었다.
지난 금요일 김별아가 집들이를 했다. 일찌감치 길을 나섰는데도 가는 길에 해가 저물었다. 비가 내렸다. 마을버스의 안내방송을 기다리다 내릴 곳을 지나쳤다. 친절하게도 기사분이 샛길을 알려주었다. 꽃 지린내가 진동했다. 배가 고팠다. 맹자의 어머니를 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김별아와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을까. 그녀는 아이를 위해 두 번이나 거처를 옮겼다. 겨우겨우 찾아 벨을 눌렀는데 인터폰에서 반기는 목소리들이 새어나왔다.
상에는 김별아가 며칠 전부터 장을 보고 준비했을 음식들이 가득했다. 맛있는 음식에 좋은 친구들까지. 이 친구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결점도 감싸안고 보듬어준다. 금요일 정체에 몇몇 이들은 밤 열시가 되어서야 도착했다. 힘들었을 텐데도 모두 벙실벙실이다. 그것이 김별아의 힘이다. 오랜만에 웃고 떠들고, 집에 돌아갈 일은 걱정도 되지 않았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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