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만 따질 경우 우리나라에서 '고용의 질'이 가장 좋은 직장은 노조가 결성된 공기업으로 평가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4일 내놓은 '공공부문 고용관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기업 1,577개, 금융기관 58개, 공기업 290개 등 총 1,905개 업체의 일자리 수준을 점수로 평가한 결과, 노동조합이 결성된 공기업이 55.12점(100점 만점)으로 6개 비교 집단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반면 노조 없는 민간기업은 50.16점으로 고용의 질이 가장 낮았다. 노동연구원은 ▦임금수준 ▦비정규직 비율 ▦강제해고 비율 ▦산재발생률 등 '고용의 질'을 좌우하는 32개 항목에 대해 가중치를 설정한 뒤 기업별로 평가해 순위를 매겼다.
공기업의 경우 '임금ㆍ복지' 혜택은 민간이나 금융기관에 못 미쳤으나, 낮은 초과근무 시간과 높은 고용안정 등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월급은 민간보다 조금 적지만 편하고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이라는 일반적 인식이 객관적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금융기관은 다른 집단에 비해 '임금ㆍ복지' 수준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높은 비정규직 비율과 잦은 강제해고, 여성ㆍ장애인에 대한 고용차별 관행 등으로 전반적인 일자리 수준은 공기업에 뒤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노조의 존재는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의 질'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가 존재하는 기업에서 근로자 권리가 보장되는 수준은 노조 없는 기업에 비해 평균 20% 가량 높았다.
노동연구원은 "높은 고용안정성 때문에 공공부문에서는 상위직에 사람이 몰리는 '항아리형 구조'가 나타나고 있으며, 외부 견제에 따라 형식적으로는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호봉제(연공서열식) 중심의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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