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최근 들어 경기가 바닥에 가까이 왔는지를 두고 논란이 한창입니다. 한쪽에서는 이런저런 지표들을 들며 경기가 곧 바닥을 칠 거라고 하고, 반대 쪽에서는 다른 지표들을 들어 바닥이 아직 멀었다고도 합니다. 같은 경제상황을 놓고 왜 해석이 다른 걸까요? 닥터 이코노미에게 물어봅시다.
A.
경기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부 지표만 볼 것이 아니라 여러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사람이 사물을 인식할 때 시각, 청각, 후각 등을 종합해 판단하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오늘은 사람마다 경기 판단이 왜 다른지, 경기지표는 어떻게 구분되며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이 지표들을 어떻게 하면 정확히 해석해서 경기를 판단할 수 있는지 등을 알아보죠.
-경기 판단이 왜 다른거죠?
경기가 바닥에 왔다는 사람들은 주로 좋아진 지표에 주목합니다. 실제 최근 주가가 1,300선을 회복하고 환율이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죠. 광공업 생산이 2개월 연속 전월대비 증가하고 소비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 반전하는 등 실물 경기도 그간의 급락세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모습입니다.
반면 경기침체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측은 일부 좋아진 지표들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폅니다. '주가, 환율 등의 개선은 시중유동성이 풍부해진 데다 수출 증가보다 수입의 큰 폭 감소로 무역수지가 흑자를 보인 영향이다' '실물지표 개선 또한 작년말 이후 급격한 경기하강에 따른 기저효과(풀어읽는 키워드 참조)로 인해 경기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는 식이죠. 특히 세계경제가 부진해 단기간 안에 수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투자도 매우 부진해 경기가 장기간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경기지표는 어떻게 구분되나요?
경기지표는 주로 두 가지 속성을 기준으로 구분합니다. 우선 경제현상을 반영하는 '범위'에 따라 개별 경기지표와 종합 경기지표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개별 경기지표는 소비, 투자, 수출, 생산 등 경제의 각 부문별 경기동향을 나타내는 지표를 의미합니다. 광공업 생산이 좋아지면 생산활동이 과거 비교시점에 비해 활발해진다고 보는 식이죠. 반면, 종합 경기지표는 각 부문별 개별 경기지표를 통계적으로 종합ㆍ가공해 경제 전반의 움직임을 나타내도록 작성된 지표로 현재 및 미래의 경기상황을 잘 나타내 줍니다.
경기지표는 또 경제상황의 변화를 포착하는 '시점'으로도 구분이 가능한데요. 보통 경기보다 앞서 움직이고, 비슷하게 움직이고, 뒤따라 움직인다는 의미에서 각각 선행지표, 동행지표, 후행지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선행ㆍ동행ㆍ후행 지표에는 어떤 게 있죠?
경기 선행지표에는 주가, 통화량, 수주액, 심리지수 등이 있습니다. 주가는 보통 경기회복이 오기 전에 먼저 상승하며 주식가격의 저점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실물경기 저점에 앞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통화량은 금융기관이 보유한 유동성 등으로 측정하는데 통화량이 확대되면 경기부진이 완화되고 통화량이 축소되면 서서히 경기위축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주액이란 건설, 기계 등을 주문받은 금액을 나타내는 것으로 수주액 증가는 업체들의 향후 일감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므로 경기회복의 신호가 됩니다. 심리지수란 소비자나 기업들이 느끼는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 등을 말하는데 심리지수의 상승도 경기회복의 징후로 해석됩니다.
동행지표에는 소비재판매액지수, 설비투자추계지수, 건설기성액, 광공업생산지수, 수출액, 서비스업생산지수 등이 있습니다. 소비재판매는 백화점, 대형마트, 재래시장 등에서 소비자에게 판매된 상품의 금액을 지수화한 것이며 광공업생산은 광업 및 제조업체에서 생산된 품목을 업종별 부가가치 등을 기준으로 가중하여 지수화한 수치입니다. 수출액은 해외로 반출하기 위해 관세청에 통관이 신고수리된 금액을 집계한 것이며 서비스업생산은 금융보험업, 운수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 서비스업 부문의 매출을 지수화한 것입니다.
후행지표에는 취업자수, 제품 재고, 소비자물가 등이 있습니다. 취업자수는 대개 경기가 살아나야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기 시작하므로 경기 흐름에 뒤따르는 경향을 보입니다. 제품 재고 역시 소비가 본격적으로 늘어야 줄어들 테니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물가 역시 수요, 공급의 변화 등 여타 경제적 사건들의 결과로 가격이 변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경기 저점을 지나서야 비로소 상승하며 경기고점을 통과한 후에 하락하게 됩니다.
이 많은 지표를 다 봐야 하나요?
물론 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GDP와 경기종합지수입니다.
GDP는 한 나라의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기간(1년 또는 1분기)에 새로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를 화폐가치로 평가하여 합산한 것으로 국내총생산이라고도 합니다. 모든 棘蔘?다 모은 만큼 경제상황을 판단하기에는 GDP통계가 가장 우월하다고 할 수 있죠.
다만, GDP는 분기별로만 작성되고 발표 시점도 비교적 늦어서 속보성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통계청에서 작성하는 경기종합지수도 경기판단 지표로 많이 쓴답니다. 월별 통계이면서도 GDP와 유사한 변동추세를 보이니까요.
경기종합지수 역시 경제상황 포착 시점에 따라 선행ㆍ동행ㆍ후행지수로 나뉩니다. 현재의 경기를 알고 싶다면 동행지수를, 향후의 경기를 보려면 선행지수를, 경기국면 전환시점 판정을 위해서는 후행지수를 보면 되는 것입니다.
경기종합지수는 대개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대체로 2분기 이상 상승하면 경기가 확장되는 국면이고, 하락하면 경기가 수축되는 국면으로 봅니다. 또한 경기동행지수가 가장 높을 때를 경기 정점, 가장 낮을 때를 저점이라고 하죠.
경기선행지수(전년동월비)는 상승 또는 하락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향후 경기가 상승 또는 수축 국면으로 전환된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올 2월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 전월차)는 -0.4p로 1월(-2.2p)보다 하락폭이 크게 줄었습니다. 수치가 여전히 마이너스이므로 경기침체는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만 침체속도는 크게 완만해졌다고 할 수 있죠.
경기선행지수(전년동월대비 전월차)를 보면 1월중 -0.3%p에서 2월중 0.5%p로 15개월 만에 상승으로 전환했습니다. 비록 아직까지는 1개월 상승에 불과하지만 경기선행지수의 상승이 4~5개월 이상 이어진다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으로 이행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풀어읽는 키워드
■ 기저 효과(Base Effect)란?
기준이 되는 시점의 경제지표가 크게 호조를 보였거나 또는 크게 부진하여 비교대상이 되는 시점의 경제지표가 실제 경제상황보다 위축되거나 부풀려지는 현상을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반사효과라고도 하죠.
수출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죠.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한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은 2월 -18.5%에서 3월 -22.0%로 감소폭이 커졌습니다. 그런데 실제 수출금액을 보면, 1월 212.4억달러, 2월 254.1억달러, 3월 280.7억달러로 점차 늘어났답니다. 실제 액수가 늘어났는데도 증가율이 오히려 나빠진 이유는 수출실적이 매우 좋았던 작년 2,3월과 비교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경제지표는 기준시점의 지표수준이 높거나 낮으면 비교시점의 증가율은 낮거나 높아져 보이므로 해석 시 주의하여야 한답니다.
■ 최근 대표적 경기지표들 움직임은?
최근 대표적인 경기 선행ㆍ동행ㆍ후행 지표들 각각의 움직임은 어떨까요?
먼저 선행지표 가운데 주가는 전문가들조차 과열 우려를 내비칠 정도로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3월 초만 해도 1,000선에 머물던 코스피지수는 한 달 사이 무섭게 치솟아 이달 초 1,300선을 돌파한 뒤, 계속 1,300대를 유지 중입니다. 다만,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됐다기 보다는 시중에 많이 풀린 돈과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승의 주 원인으로 꼽힌답니다.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선행지표로 꼽히는데요. 요즘은 특히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분위깁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3월 제조업체들의 경기실사지수(BSI)는 57로 2월보다 14포인트나 올라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답니다. 기준이 100이니까 아직 비관적인 시각이 훨씬 우세하기는 합니다만 최근 수출여건 개선이 기업들에게 기대감을 품게 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대표적인 동행지표로 꼽을만한 수출과 광공업생산 증가율에도 다소나마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줄어들고는 있지만 급격했던 감소세는 조금씩 덜해지고 있다는 얘긴데요. 수출은 1년 전과 비교한 증가율이 1월 -30%대에서 2월에는 -18%로 줄었습니다. 고환율 덕택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10년전 외환위기 극복의 일등 공신이었던 수출이 추락세를 멈춘다면 경제 전반에 호재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광공업생산도 1년 전보다는 계속 마이너스(-)지만 전달과 비교한 수치는 1월과 2월 연속해서 플러스(+)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후행지표로 여겨지는 고용과 물가는 여전히 싸늘한 분위기입니다. 경제가 좋아지려면 무엇보다 사람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월급을 받아 소비를 많이 해야 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최근 일자리 감소세는 여전한 불안 요인입니다. 우리나라의 월별 신규 취업자수는 작년 12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 올 3월에는 -19만5,000명까지 감소폭을 키우고 있습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소비가 늘고 수요가 많아지는 만큼 물가도 조금씩 뛰어야 할 텐데요.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작년 7월 5.9%를 찍은 뒤,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 올 3월에는 3.9%까지 낮아진 상태입니다. 한은에서는 앞으로 소비자물가가 더 낮아져 5월부터는 2%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조사국 임시영 조사역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