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대통령만이 쓸 수 있는 특수활동비를 어떻게 감쪽같이 빼돌려 12억5,000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조성했을까.
검찰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의 횡령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6차례에 걸쳐 행해졌다. 한 차례 1억5,000만~3억원의 뭉칫돈을 자신의 지인 2명에게 전달, 차명계좌에 넣어 관리해왔다는 것이다.
평소 통장에 보관돼 있는 대통령 특수활동비는 한번에 수 억원씩 큰 규모로 인출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총무비서관은 그 지출내역도 정기적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정 전 비서관이 무작정 특수활동비를 빼돌리기가 쉽지 않았다는 말이다. 비자금 조성 수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 수법은 다름아닌 '티끌 모아 태산'이었다. 그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특수활동비를 각종 격려금이나 금일봉 전달 등으로 정당하게 집행하면서 일부분은 자신의 사무실에 따로 챙겼다. 이렇게 차곡차곡 돈이 모아지면 한번씩 지인에게 전달해 계좌에 넣도록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지금도 "노 전 대통령은 횡령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구속 이후에도 정 전 비서관의 진술에 전혀 변화가 없는 데다 수법 역시 전형적인 '개인 횡령'과 비슷해 그의 단독 범행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개인적으로 받은 3억원과 이 돈을 같은 계좌에 넣어 관리해 왔고, 지금까지 자신이 그대로 보관해 왔던 사실 등이 이 같은 추론의 근거다.
하지만 검찰은 자금의 출처가 대통령 특수활동비라는 점, 정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 주려 했다"고 밝힌 점 등으로 미뤄 노 전 대통령이 횡령에 관여했거나, 범행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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