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적인 서정성을 독특한 조각으로 빚어낸 두 여성 작가의 전시가 눈길을 모은다.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의 2009년 '오늘의 작가'로 선정돼 개인전을 열고 있는 박원주(48)씨는 '약함의 힘'을 작업의 테마로 삼는다. '전기의자'라는 작품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아무런 힘이 없는 흰색 A4 용지와 양면테이프로 사형수를 처형할 때 쓰이는 전기의자를 만들었다. 그런데 전기의자는 특이하게 2인용이다. "죽음의 길도 둘이 함께라면 덜 무섭지 않겠냐"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펴기' 시리즈는 종이를 구겼다 폈을 때의 느낌을 품고 있다. 깨진 나무조각들을 퍼즐처럼 맞추고 나무액자 속에 담았다. 액자는 나무의 결을 따라 구불구불하고, 위를 덮고 있는 유리도 울퉁불퉁하다. 빨간색 프레임 속에 8개의 창이 있는 '더 신선한 과부(Fresher Widow)'는 마르셀 뒤샹의 검정 틀 창문 '신선한 과부(Fresh Widow)를 패러디한 것이다.
박씨는 "깨진 유리 부스러기들이 컵이었을 때보다 더 빛나고 위험한 것을 보고 약한 것에도 힘이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작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전시는 5월 21일까지. (02)3217-6484
사간동 UNC갤러리에서 5월 6~31일 열리는 송진화(47)씨의 개인전에는 작가의 모습을 꼭 닮은 여자 나무조각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섬뜩한 식칼 위에서 마치 서커스를 하듯 힘겹게 몸을 가누고 있는가 하면('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자신의 몸보다 더 큰 강아지를 업고 힘겹게 걸어간다('수고하고 짐진 자').
붉은 조명이 켜진 방 안에는 구멍이 뻥 뚫린 썩은 하트를 꽉 끌어안고 있는 여자들이 있다. 제목은 '사랑밖엔 난 몰라'. 커튼이 쳐진 공간 속에 두 손으로 가슴을 부여잡은 여자가 목놓아 울고 있다.
작가 송씨는 '목구멍 깊숙이'라는 이 작품의 주인공과 가장 교감을 많이 했다며 "작품을 만든 후 여자 입 속의 톱밥을 털어낼 때, '그래, 이제 다 토하자'며 그 등을 토닥였다"고 말했다.
송씨는 미대를 졸업하고 화실을 운명하며 평범한 엄마이자 아내로 살다 마흔이 되어서야 첫 개인전을 열었다. 폐목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활용해 나무의 결과 상처를 그대로 살려 깎으며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02)733-2798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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