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뇌물 등 8가지 주요 범죄 사건 피고인들의 선고형량 범위를 제시한 양형 기준이 처음으로 마련됐다. 대륙법 체계를 따르는 국가 중에서 양형 기준을 설정한 경우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석수)는 24일 제3차 임시회의를 열어 살인, 뇌물, 성범죄, 강도, 횡령ㆍ배임, 위증ㆍ무고 등 8개 유형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을 의결했다. 위원회는 이 기준을 7월부터 적용키로 하고, 5월 중 이 내용을 관보에 게재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는 같은 유형의 범죄 사건인데도 법관에 따라 선고 형량이 차이 나는 고무줄 판결이나 유전무죄 논란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형위는 범죄별 특성에 따라 사건을 분류한 뒤 유형별로 기본 형량을 제시했으며,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감경ㆍ가중 요소까지 감안한 형량의 범위도 제시했다. 살인죄의 경우 범행 동기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됐는데 장기간 지속적으로 피해를 당하다가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은 1유형으로 분류해 기본 형량을 4∼ 6년으로 정했고 보통 살인은 2유형으로 8~11년, '묻지마 살인'이나 '청부살인'은 3유형에 해당돼 10~13년을 기준 양형으로 정했다. 또 각 유형별로 범행에 소극적으로 가담했거나 자수한 경우,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을 때는 이미 정한 기준에서 형을 줄일 수 있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거나 범행 수법이 잔혹한 경우에는 형량을 가중토록 했다.
이와 함께 양형위는 뇌물이나 성범죄에 대해서는 엄중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형량 범위를 일률적으로 높였다. 뇌물 수수액수에 따라 1~6유형으로 구분된 뇌물죄의 경우 5억원 이상 뇌물을 받은 피고인은 5유형에 속해 기본 형량이 7~10년으로 정해졌으며 감경 요소를 적용하더라도 5∼8년을 선고토록 했다. 현재는 판사가 여러가지 요소를 참작해 형을 감경할 경우 집행유예까지도 선고할 수 있다.
양형위원회 강영수 수석전문위원(부장판사)은 "엄정한 양형을 바라는 국민적 기대와 가중처벌을 규정한 입법 취지를 존중했다"며 "유ㆍ무죄 입증 중심으로 전개되던 형사재판 심리에서 양형 다툼이 중요 변수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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