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마피아가 심각한 경제위기를 틈타 다시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이탈리아 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으로 최대 계파인 카몰라의 보스가 구속되는 등 마피아는 얼마 전까지 사양길에 접어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경제위기로 모든 산업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는 상황이 되자 마피아가 세력을 다시 확대하고 있다.
마약 등 불법 거래를 위해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마피아 조직에게 제도권 금융의 유동성 위기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마피아는 풍부한 현찰을 바탕으로 과거 주 수입원이었던 고리대금 조직을 확장하고 부도 위기에 몰린 주유소, 상가, 식당, 빌딩 등을 닥치는 대로 헐값에 사들이고 있다.
이탈리아의 마피아 단속 검사 지안카를로 카팔도는 AP통신에 "나폴리 등 이탈리아 남부지역에 주로 머물던 마피아 세력이 경제위기를 틈타 로마, 밀라노 등 중, 북부 대도시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며 "스페인계단, 나보나광장, 트레비분수 등 로마 명소 주변의 유명 가게와 식당이 속속 마피아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범죄연구기관 유리스페스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마피아 집단의 총수입은 1,300억유로(약 230조원)로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8%에 달했다. 이중 절반 가량이 마약거래에서 발생한 것이며 126억유로(22조3,700억원)는 고리대금을 통해 거둬들였다. 고리대금 수입을 바탕으로 추론하면 총 18만개의 상점과 중소기업이 직ㆍ간접적으로 마피아의 돈을 빌리고 있다.
마피아는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마약 거래 같은 본업에도 더욱 과감하게 나서고 있다. 이탈리아 수사 당국은 최근 시칠리아 마피아들이 콜롬비아의 코카인 카르텔과 직접 제휴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마피아는 또 고가의 이탈리아 명품을 모조, 암시장에 팔기 위해 중국에도 손을 뻗고 있다. 유리스페스는 마피아가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짝퉁 명품'을 들여와 거둔 수입이 63억유로(11조1,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나폴리의 마피아 단속 검찰은 "최근 마피아 최대 계파 카몰라가 중국과 제휴하면서 과거 가내 수공업 수준이던 '짝퉁 명품' 산업이 마피아의 새로운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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