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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23> 얼음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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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23> 얼음사탕

입력
2009.04.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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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사탕 - 여태천

전당포 아저씨의 빛나는 회중시계와

헌 옷 가게 아줌마의 덜덜거리는 재봉틀.

멀리 있는 것처럼 기차가 지나가는

그런 밤이면 전당포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얼음사탕처럼 생긴 집 나온 별.

덜덜덜 기차가 은하를 횡단할 때마다

흔들리고 있었는데도 재봉틀이 고장이 났는데도

어른이 되기 위해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때마다 구름 위로 바람이 불고 있다고

안경을 이마에 걸친 채 아저씨는 말했다.

빨간 꽃잎 아래서 개미와 대화를 나누는 일에 대해

키다리 아저씨와 이야기할 때

멀리서 굴을 뚫고 있는지 발파 소리가 들렸다.

가슴께 있던 별이 머리 위로 와 있는

그런 밤이면 꼭 안경을 갖고 싶었다.

밤하늘의 철새에게 신호를 보내느라 별이 빛난다고

키다리 아저씨는 적색의 별을 가리키며 말했지만

별은 몇 년째 바람만 먹고 있었다.

별이 빵빵해져 다시 발파 소리가 들리고

전당포 아저씨가 별이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는

그런 밤이면 나는 은하를 헤매고 다녔다.

● 그 거리를 기억하지. 전당포 건너편엔 옷 수선집이 있고, 얼마나 멀리서인지 모르게 기차 소리 들리던 곳. 날마다 키가 쑥쑥 자라나던 나이에 우리는 어둠이 내리도록 거리를 쏘다녔다. 그리고 올려다보곤 했지. 밤하늘엔 사탕봉지를 든 아이가 막 넘어진 것처럼 얼음사탕이 잔뜩 쏟아져있었다….

지친 퇴근길 신호대기를 기다리며 바라보는 하늘엔 별이 없구나. 그 저녁, 별이 가까이 내려온 거리에서 내가 원했던 게 이 삶이었나? '얼음'은 물이 되고 '사탕'은 슬픔이 되었는지, 유리창 위로 툭 툭, 별인 줄 알았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서동욱(시인ㆍ서강대 철학과 교수)

ㆍ여태천 1971년 생. 200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스윙> <국외자들> 등. 김수영문학상(2008)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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