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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살인 등 8개 범죄 첫 양형기준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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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살인 등 8개 범죄 첫 양형기준 마련

입력
2009.04.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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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8대 주요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을 확정함에 따라 앞으로는 뇌물죄나 성범죄, 배임ㆍ횡령죄에 대한 일선 재판관의 재량권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이는 곧 해당 범죄에 대한 법원의 선고 형량이 현재보다 훨씬 더 무거워지고, 집행유예 비율도 그만큼 감소하게 됨을 의미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기준안을 적용할 경우 형량이 늘어나는 대표적인 범죄는 공무원 뇌물죄이다. 현재 적용되는 특가법상 뇌물죄는 수뢰액 1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나, 판사의 작량감경(정상을 참작해 형을 감경해 주는 것) 및 자수감경에 따라 형량을 대폭 낮출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이번에 마련된 기준안은 뇌물죄를 1,000만원 미만, 1,000만∼3,000만원, 3,000만∼5,000만원, 5,000만∼1억원, 1억∼5억원, 5억원 이상 등 6개 유형으로 구분하는 한편 5,000만원 이상일 때는 감경요소를 고려하더라도 기본 형량을 최저 3년 6월로 정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또 2년 이상 장기간 뇌물을 받았거나, 3급 이상 고위공무원이 돈을 받았을 때는 집행유예 선고가 어렵도록 하는 등 집행유예 기준도 따로 마련됐다.

양형기준안은 또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의 형량을 높이고 죄질이 나쁜 강간살인범에게는 무기징역 이상만을 선고하도록 하는 등 최근 사회 이슈화한 성범죄에 대한 형량도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화이트 칼라 범죄'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 횡령ㆍ배임죄에 대해서도 보편적으로 높은 형량이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횡령ㆍ배임액이 300억원이 넘어서면 4~11년 사이에서 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어 대기업 회장들에게 징역형과 함께 집행유예를 선고하던 관행도 사라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양형위원회는 재판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인 위증ㆍ무고 사범에 대해서도 엄정한 형량이 나올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또 법조문상 '○년 이상' 혹은 '○년 이하'의 규정에 따라 판사가 넓은 범위에서 형량을 정할 수 있었던 것이 '○~○년'의 형태로 바뀌면서 징역 3년형 이하만 가능한 집행유예 선고 여지도 크게 줄어든다.

즉 현재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되는 범죄라도 판사가 최저 형량의 절반(2년 6월)까지 형을 감경하면 집행유예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형량을 '4~6년' 식으로 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여지를 대폭 축소한 것이다.

물론 기준안은 강제적 성격이 아니라 규범적 성격이어서 판사가 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양형기준과 다른 형량을 선고하려면 판결문에 그 이유를 명시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이 기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재판관에 따라 형량이 큰 차이를 보이던 불합리한 모습이 많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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