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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영어 스타강사, 필리핀 아줌마 선생님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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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영어 스타강사, 필리핀 아줌마 선생님 아시나요?

입력
2009.04.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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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Your Name? (너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1동 주민센터. 긴 머리의 동남아시아계 외국인 여자 영어 선생님의 선창에 20여명의 아이들이 서로 질세라 목청을 한껏 높인다. 다들 자기가 먼저 하겠다며 손을 번쩍 치켜 들기도 한다.

선생님은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다가가 이름을 부르며 기회를 골고루 준다. 아이들에게 그는 두렵고 다가가기 힘든 외국인 영어 선생님이 아니라 말문을 트이기 해주고 마음마저 열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지난해 8월부터 이곳 주민센터에서 초등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기초영어 등을 가르치고 있는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메르시 하체로(Mercy Hacheroㆍ39)씨. 2003년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온 그는 영어가 공용어인 필리핀에서 4년제 정규대와 대학원을 거쳐 초등학교 교사까지 경험한 다재다능한 재원이다. 지난해에는 한국 국적도 취득했다.

원어민 어린이 영어교실이 개설할 당시만 해도 1개반(주3회ㆍ1시간) 20명이었던 수강생이 지금은 3개반(각 주3회ㆍ1시간) 60명으로 대폭 늘었다. 수강생 대부분은 관내 저소득층 가정의 저학년 아이들이다.

사교육에 힘겨워 하던 엄마들의 입 소문이 자연스레 퍼졌다. 영어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영어노래와 율동, 게임 등을 곁들여 수업을 재미있고 알차게 진행했기 때문이다. 사설학원 못지않은 영어교육이지만 수강료가 월 2만원인 것도 학부모들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했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도 갖췄다. 메르시씨는 한국으로 오자마자 서강대 한국어학당 등 전문 교육기관을 찾아 다니며 한국어 실력을 쌓았다. 8살, 7살 남매를 보내고 있다는 학부모 정수정씨는 "학원 보내기는 좀 이른 것 같아 먼저 외국인에 대한 거리감을 없애주려고 영어교실 문을 두드렸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면서 "영어수업에 가라고 채근도 하기 전에 아이들이 먼저 시간에 맞춰 챙겨 나갈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이주 여성들을 위한 봉사활동 등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회원이 8,500명 가량인 이주여성 친목 단체인 '서울지역 다문화가정 네트워크' 부회장 겸 필리핀 대표를 맡으면서 출입국관리사무소와 함께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출입국 업무 등 민원상담과 멘토링 등의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5월부터는 성산1동 주민센터와 성산1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추진하는 '다문화가정 무지개 캠프사업'에도 참여해 관내 이주 여성들이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고 다문화 가정의 경제적, 사회적 기반을 세우는 데도 열정을 쏟을 예정이다.

동 주민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받는 보수는 월 80만원 안팎. 그러나 그는 불만이 없다고 미소지었다.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에요.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는 시어머니와 남편도 너무 고맙구요. 이주 여성들이 한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어요."

성산1동 유승택 동장은 "이주 여성들이 집안에만 머물지 말고 밖으로 나와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면 지역사회 기여는 물론 국내 다문화 가정의 결속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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