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커녕 펀드도 안 해봤는데…"
증권담당으로 발령 났을 때 눈앞이 캄캄했다. 증권의 '증'자도 모르는 내가 어떻게 증시기사를 쓰고, 투자전망을 논한담?
시장에 대한 빠른 이해를 위해선 아무래도 직접 투자를 해보는 게 최선일 듯 싶었다.'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워낙 소액이라, 별 부담 없이 투자전선에 뛰어들었다.
1차 공략대상은 펀드. 우선 가까운 증권사 지점을 찾았다.
투자상담창구에서 서류 3개를 작성했다. 증권사 직원은 이중 개인의 투자성향을 조사하는 투자정보확인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이후 적합한 투자를 위해 마련된 절차라고 하는데, 사실 뭐 장황하기만 했지 내용은 '수박 겉핥기'란 느낌이 확 들었다.
평소 월급통장 하나 갖고 사는 터라 투자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그냥 '안정형 상품 선호'를 택했다. 연령, 투자기간, 수입원 등을 적으면 마지막으로 주식 및 펀드로 인한 손실 감내도를 묻는다. 이 역시 큰 고민 없이 '10%미만까지 손실을 감수하겠다'고 했다. 진단결과 나에겐 '안정 추구형'이 적합하단다. 일단 계좌개설까지는 성공.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수많은 펀드상품 중에서 뭘 고르지? 증권사 직원이 옆에 앉은 자산관리사를 안내해줬다. 사실 시간여유만 있다면 자산관리사를 100% 이용하면 좋을 듯 싶지만, 계좌개설에만 30분이 넘게 걸렸으니 웬만한 직장인은 꿈도 못 꿀 일이다.
나이, 직업, 결혼여부 등을 물던 자산관리사는 "20대 미혼인 경우에는 장기주택마련 관련 투자 외에 안정적 투자보다는 좀 공격적으로 투자해서 이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도대체 뭔 소리인가. 30분 넘게 작성한 투자정보확인서에 따르면 나는 분명 '안정 추구형'인데, 가급적 공격형 상품에 투자하라니. 누구 말을 따라야 할는지.
"그래. 난 젊어. 공격적으로 가는 거야.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닌데, 얼마 되지 않는 거 좀 손해보면 어때?" 장고 끝에 결국 자산관리사의 충고를 따르기로 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런 결론에 도달하지는 않을 터. 하지만 지극히 형식적인 투자정보확인서상의 투자유형을 따르기엔 아무래도 미덥지 않다. 전문가로부터 정밀한 상담을 받은 뒤,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고르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초보 투자자들이여! 종이(투자정보확인서) 보다는 사람(투자상담사)를 따르시라.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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