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산치수(治山治水)는 예부터 국가통치의 근간이었다. 농경사회에서는 백성들의 생존과 직결되었기 때문이다. 강이 넘치고 산사태가 나면 농사는 물론 생명까지도 위협 받는다. 따라서 치산치수를 잘못한 군주나 왕조는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없었다. 치산은 산에 나무를 심어 산사태를 방지하고, 치수는 강둑을 쌓아 홍수를 방지하는 것이 핵심이었고, 이걸 제대로 하면 국가통치의 기본 틀을 갖춘 것이었다. 박정희대통령 시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여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경제성 없고 산불에도 취약
물론 이제는 치산치수도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시대가 되었다. 산에는 산림이 울창해 산사태 방지를 위한 산림녹화는 더 이상 국가적 사업이 아니다. 또 경제성장과 토목기술의 발달로 수많은 댐을 만들고 튼튼한 강둑을 쌓아놓아 홍수로 강이 넘쳐 평야를 휩쓰는 일은 드물다. 산업도 치산치수에 의존하던 농업에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으로 넘어갔다. 이제 치산치수를 크게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개념이 달라졌을 뿐 치산치수는 여전히 국가통치의 핵심 과제임에 틀림없다. 강둑은 튼튼하게 쌓았으나 강의 내용물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수질은 오히려 인간에게 해를 끼칠 정도로 나빠졌다. 이제는 깨끗한 강물을 복원하는 것이 치산치수의 목표가 되었다. 다행히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해 강의 수질도 개선하겠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그런데 치산에 대한 계획은 아직 제시하지 않고 있다. 산은 이제 더 이상 손볼게 없다고 여기는 것인지 걱정이 된다. 산에 나무가 울창해 옛날처럼 사방(砂防)사업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은 온통 활엽수 잡목으로 가득 덮였다. 경제성이 거의 없는 산림 구성이다. 게다가 해마다 봄이면 산불이 연례 행사처럼 수많은 산림을 훼손시키고 있다.
이런 결과는 산을 과거처럼 계획적으로 녹화한 것이 아니라 저절로 녹화됐기 때문이다. 산업화의 진전과 더불어 연탄, 석유, 가스 등이 땔감을 대체하는 바람에 산은 저절로 녹화되었고, 그 바람에 제멋대로 자란 온갖 잡목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산불에 취약하고 경제성도 없다. 이제는 산에도 경제원리를 적용시켜야 할 시대가 되었다. 우리나라 국토의 70% 이상이 산인데 이를 자연상태로 방치하고는 선진국을 이루기 어렵다. 지금 선진국의 산들이 어떠한지 우리와 비교해보면 그 이치는 자명해진다.
일본은 전 국토가 삼나무로 조림되어 모든 산이 마치 대나무 밭처럼 삼나무로 가득하다. 일본은 명치유신 이후부터 산의 중요성을 깨닫고 국가사업으로 일관성 있는 조림사업을 추진하여 100여년이 지난 지금은 일본 열도 전체가 완전히 경제림으로 조성됐다. 일본은 지금도 거의 모든 목재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수입 길이 막히더라도 100년은 자국산 목재로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만약 우리에게 지금 목재 수입이 중단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국가 백년대계 조림 사업을
이제라도 서둘러야 한다. 계획적 조림으로 산을 경제성 있는 나무로 새롭게 가꾸는 치산에 힘을 쏟아야 한다. 치산은 치수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나무는 수십 년을 자라야 제구실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조림사업은 매우 장기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정권이나 정부의 입장에서는 치수사업과 같은 매력적인 사업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이 보다 더 중요한 사업이 없다. 임기 내에 생색이 나는 사업이 아니라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봄마다 산불이 기승을 부릴 때면 우리 산이 더욱 걱정된다. 침엽수로 계획 조림을 한 일본에는 산불이 거의 없다. 산불이 나도 쉽게 진화된다. 새로운 치산은 선진국 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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