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이라면 고개를 돌려버리는 사람이 많다. 현대음악은 어렵고 듣기 괴롭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낯선 음악에서 멋진 신세계를 발견할 수도 있다. 막연한 거부감 때문에 그 기회를 외면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서울시향이 상임작곡가 진은숙의 기획으로 4년째 하고 있는 현대음악 시리즈,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는 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좋은 프로그램과 연주를 선보이고 있지만, 청중은 잘 늘지 않고 있다. 21일 저녁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 올해 첫 공연도 객석에 빈 자리가 많아 아쉬웠다.
실내악으로 구성한 이날 공연은 '옛 것과 새로운 것'이라는 부제 아래 12세기부터 바로크까지의 옛음악을 변용한 현대음악들을 발두르 브뢰니만의 지휘로 연주했다. 현대음악은 전통을 거부하는 역사의 사생아가 아니라 과거의 연장선 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기획이다.
올리버 너센, 요하네스 쇨호른, 해리슨 버트위슬, 강석희 등 현재 활동하는 작곡가들의 최근작과, 현대음악의 인기 레퍼토리로 자리를 굳힌 슈니트케(1934~1998)의 1970년대 작품 '콘체르토 그로소 1번'이 차례로 연주됐다.
작곡가마다 옛음악을 요리하는 레시피가 달라 흥미로웠다. 예컨대 쇨호른의 '왜곡된 이미지'는 바흐의 '푸가의 기법'을 쪼개고 확대하고 해체했다가 다시 짜맞춰 색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압권은 슈니트케의 '콘체르토 그로소 1번'이었다. 2대의 바이올린, 하프시코드, 장치된 피아노와 현을 위한 이 작품은 바로크음악 양식인 콘체르토 그로소(합주협주곡)의 20세기 버전이다.
이 곡의 바이올린 협연자로 나란히 선 서울시향의 두 악장, 데니스 김과 스베틀린 루세브의 연주는 불꽃이 튀는 듯 했고, 현악기군의 합주 또한 뜨겁게 타올랐다.
감전 쇼크를 일으키는 이 곡의 매력을 유감없이 전한 연주에 청중들은 '브라보'를 외쳤다. 너무 거칠게 연주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대단한 열연이었음은 분명하다. 강석희의 '평창의 사계'를 협연한 서울시향 부악장 웨인 린도 열렬한 갈채를 받았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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