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항 지음/돌베개 발행ㆍ268쪽ㆍ1만3,000원
/스탠리 존스 지음ㆍ황병규 옮김/평단 발행ㆍ420쪽ㆍ1만3,000원
"예수는 우리에게 올바로 살기 위해 고통과 헌신을 감수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예수의 별명은 '먹고 마시길 즐기는 자'였다."(김규항)
"십자군은 예루살렘을 점령했지만 그리스도가 거기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뿐이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고스란히 잃었다."(스탠리 존스)
남다른 시각으로 예수의 진면목에 다가서려 한 두 권의 책이 나왔다. 스스로를 'B급 좌파'라 규정하는, 어린이 잡지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김규항씨의 <예수전> , 그리고 20세기 최고의 선교사로 불리는 스탠리 존스(1884~1972)의 <원탁의 그리스도> 다. 이들의 시각은 주류 기독교의 시각과 한참 거리가 있다. 물론 이들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견고한 교리의 성채를 두른 한국 기독교 사회에, 이들의 목소리는 다윗의 돌팔매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원탁의> 예수전>
<예수전> 에서 김씨는 신약성서 '마르코 복음'을 자신만의 독법을 따라 읽는다. 김씨는 "가장 먼저 쓰이고, 그만큼 종교적 첨가도 적다"는 이유로 이 복음서를 골랐다고 밝혔다. 그는 서문에 이렇게 썼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예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려 했다… 지배계급은 일찌감치 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이상주의자를 자신들의 수호신으로 만들어 버린 후, 세속적 욕망을 신에게 청탁하는 매우 유능한 중개인쯤으로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오해의 일부라도 걷어 내고 싶었다." 예수전>
예컨대 천대받는 세관원, 바리사이인들과 유쾌하게 식사하는 예수의 모습(마르코 복음 2장 13~17절)을 김씨는 이렇게 읽는다. "예수는 하느님의 관심이 율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율법을 어길 수밖에 없는 죄인에게 있음을 선포한다… 오늘 세상에 율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경제력이다. 경제력이 없는 사람은 곧 죄인이다. 예수가 그랬듯, 우리는 그 '죄의식의 체제'에 주목해야 한다."(50쪽)
<원탁의 그리스도> 는 미국의 감리교 선교사인 존스가 1920년대 인도를 여행하며 브라만 학자, 이슬람 학자, 불교 승려 등 다양한 정신적 지도자들과 만나 나눈 허심탄회한 대화의 기록이다. 그는 이 영적 여행을 통해 기독교가 껍데기를 버리고 본질을 추구할 것을 강하게 주장한다. "나는 한 종교가 다른 종교를 이기고 승리하는 일 따위에는 흥미가 없다. 우리의 목표는 진실이고, 만유의 실재이며, 영의 자유이다." 원탁의>
책의 전반부는 인도의 종교 지도자, 사상가 등과 원탁에 둘러앉아 '인간의 문제'를 논의하는 내용을 싣는다. 후반부는 인도 사람들의 두려움과 절망 가운데서 희망을 발견하고 보편적 실체로서의 십자가의 길이 갖는 의미를 논증한다. 80년 전에 씌어진 책이지만, 교회의 선민의식과 배타적 독선에 경종을 울리는 목소리는 여전히 현재적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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