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펀드는 실은 동명이인(同名異人)이다. 중국본토(상해A지수)를 공략하는 펀드와 홍콩증시(홍콩H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나뉘기 때문. 그간 홍콩증시 투자상품이 주류를 이뤘던 터라 알기 쉽게 중국펀드로 불렸지만 올들어 중국본토펀드가 봇물을 이루면서 구분이 불가피해졌다.
정확한 투자를 위해선 이름은 같더라도 실체만큼은 명확히 구분하자. 우선 올들어 상해A지수는 38.5% 올랐지만 홍콩H지수는 13.5%정도 상승(21일 기준)했다. 지난해 고점대비 하락비율이 비슷했던 걸 감안(A=-72%, H=-75.5%)하면 최근 중국 증시 부활의 공은 본토에 있다. 그러나 펀드 투자는 어디까지나 현재가 아닌 미래의 가치와 상승에 무게를 둬야 한다.
여전히 해외펀드의 지존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이제는 둘로 갈린 동명이인 중국펀드의 투자전략을 살펴보자.
내부 힘에 강한 A
중국본토(A)펀드의 상대적 선방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내수부양책(경기회복 자신감) 덕택이다. 중국은 경제의 급격한 추락(경착륙)을 막기위한 경기부양책을 쏟아냈고, 결국 글로벌시장에서 가장 먼저 경기선행지수 반등에 성공했다.
게다가 A펀드의 영원한 짐으로 여겨졌던 비유통주 문제(유통되면 막대한 물량부담으로 증시 악재)도 해결기미를 보이고 있다. 비유통주 해제 시 기존 유통주주에게 주당 30%정도의 보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A증시는 H증시보다 할증된 가격에 팔리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2010년까지 얼마나 많은 물량이 증시에 부담을 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국유상장사의 구조조정과 주가선물거래 도입 등 증시 선진화 방안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는 외국인 거래 활성화 등 중국 금융시장의 도약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자본시장 미성숙과 제도 미비 등으로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결국 A펀드에 대한 투자는 불확실성을 떠안아야 하지만 선진화하고 있는 증시에 투자해 향후의 이익을 향유하는 게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외부 힘에 민감한 H
홍콩H증시(H)펀드는 중국본토 기업이 상장돼있긴 하지만 업종 구성비중과 투자자, 증시의 성격이 A증시와 많이 다르다. 금융업종(58%)이 압도적인데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A증시와 달리 외국인투자자가 많다.
이 때문에 환율이나 금리 변동, 주요 국가의 정책변화 등에 민감하고, A증시보다 글로벌 증시와의 상관성이 높다. 아울러 A증시는 외국인의 자금유출이 제한적인 반면, H증시는 가격제한폭도 없고 매매도 자유로워 변동폭이 크다. 그러나 비유통주 문제에서 자유롭고, 증시가 선진화 했다는 건 장점이다.
요약하면 H펀드는 글로벌 증시가 안정된다면 본디 매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 글로벌 금융환경의 안정은 모든 증시에 긍정적이겠지만 적어도 A펀드보다는 상대적인 수혜를 더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국의 성장성은 그대로 반영하되 A펀드보다 저평가된 현재상황까지 반영된다면 상승률이 더 높을 수 있다.
반면 금융위기가 다시 부각되거나 경기침체가 장기화한다면 투자심리 악화로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외부환경이 양날의 검인 셈. 즉 H펀드 투자의 결정요인은 글로벌 금융시장 및 경기상황을 어떻게 보느냐가 관건이다.
비록 다른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장기전망은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지희 푸르덴셜투자증권 펀드연구원은 "중국 정부정책이나 글로벌 환경으로 인해 2010년까지 A와 H의 움직임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큰 그림으로 보자면 H와 A 모두 중국의 빠른 성장으로 인한 기업이익 증가를 경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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