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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의 논형] 국가안전법제 정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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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의 논형] 국가안전법제 정비 시급하다

입력
2009.04.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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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중국이 '강성대국'의 길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 일본, 중국의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지난 정부는 이런 강대국들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우리가 잡겠다고 하며 '동북아 균형자' 운운하였다. 누가 보아도 웃음거리였을 뿐, 그 속에 한국의 안보와 미래에 대한 준비는 없었다.

인식 부족ㆍ정파 싸움에 방치

중국은 경제, 문화뿐 아니라 군사적 강국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상군 125만 명, 전투함 75척, 잠수함 60여 척, 전투기 1,655대, 전폭기 645대 등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으며, 핵잠수함도 공개하고 항공모함도 만들겠다고 한다. 2002년부터 자국 영토를 벗어나 유엔평화활동에도 파병하고 미중 합동군사훈련도 실시하는 등 대외적으로 군사활동을 확장하고 있다. 2000년에서 2008년 사이 국방예산을 279억 달러에서 601억 달러로 두 배 이상 확대하고, 96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9.6%인데 비하여 국방예산은 12.9%로 대대적으로 증대되었다. 일본과 러시아의 군사력은 새삼 거론할 것 없이 막강하다.

우리를 둘러 싼 국가안보환경이 이렇게 변하는 동안 우리는 '민주화' 패러다임에 매몰되어 있었고, 10년 동안 철 지난 사회주의이념 논쟁으로 사회 갈등만 키웠다. 과거 국가안보가 정권안보와 인권침해 수단으로 악용되었다면, 민주화이후에는 국가안전의 올바른 개념을 정립하고 그 시스템을 구축하여 국가의 '정상화'와 선진국가로의 진입을 서둘렀어야 했다.

국가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나라마다 군사력을 증대시키는 오늘날 국가안전(national security)은 다시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인간안보(human security)와 국가안보가 인간생존의 핵심적 부분이 되었다.

미사일로 포격하고 지상군이 탱크로 공격하는 열전만 전쟁이 아니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과학시대에는 일상적 전쟁은 정보전으로 수행된다. 365일 24시간 쉼 없이 벌어지고 있는 정보전쟁의 현장은 그야말로 한 나라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치열한 전장이다. 미국처럼 국가안보를 걱정할 것 없어 보이는 나라에서도 국가안전법(national security law)을 체계화하고 수많은 로스쿨에서 이를 가르치고 있다. 이에 반해 국가안보가 가장 불안한 나라의 하나인 한국에서는 이런 연구나 강의를 하는 대학은 거의 전무하다.

국가안전의 법체계는 전시의 군을 중심으로 하는 전쟁법 시스템과 평시의 테러방지대응 시스템,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정보전쟁을 수행하는 국가정보활동시스템으로 짜여진다. 우리의 경우 이런 국가안전 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희박할 뿐 아니라, 국가정보기구도 정권유지수단 정도로 본다. 그래서 역대 정부는 국가정보기구까지 자기 사람을 심어 정권이익을 실행하는 도구로 이용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였다.

평시의 국가안전보장에는 국가정보기구가 매우 중요하다. 대외적으로 정보전을 비롯한 국익을 위한 각종 임무를 수행하고, 대내적으로 국익과 헌법에 비추어 최고 통치자의 권력까지 감시해야 한다. 물론 이런 활동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 이렇게 되려면 국가정보기구에 관한 법제를 완벽하게 구축해야 한다. 그 동안 국가정보원을 놓고 정파적 이익에 따라 정략적 싸움만 했을 뿐, 국가안전시스템 차원에서 충실히 들여야 보지 않았다. 각종 정보기구의 역할 재조정, 국가정보기구 활동에 대한 법적 보장 시스템을 모두 정비해야 한다.

나라와 국민 생존 걸려

이를 위해 현재 국회에는 국가정보원법, 테러방지등에 관한 법, 사이버위기관리에 관한 법안 등 국가안전에 중요한 법안들이 제출되어 있으나, 이에 대한 인식 부족과 정치적 싸움 때문에 방치되고 있다. 국가안전 문제를 놓고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에 대한 죄악이다. 국회는 국가안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법안에 대하여 치밀한 심사를 하기 바란다. 국가안전 문제는 대한민국과 국민의 생존이 걸려 있는 것이기에 정치적 흥정거리가 아니다.

정종섭 서울대 교수 · 새사회전략정책硏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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