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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R&D 투자 '양보다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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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R&D 투자 '양보다 질'

입력
2009.04.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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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한국야구의 쾌거에 이은 김연아 선수의 피겨 스케이팅 세계 제패 낭보는 경기침체에 지친 국민에게 신선한 청량제가 되고 있다. 스포츠 강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투자와 선수 자원, 열악한 시설 등 척박한 환경을 딛고 자신만의 기술을 체화해 글로벌 무한경쟁의 승자가 된 이들을 보면서 이제는 우리 기업의 차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미국ㆍ중국 등 세계 각국은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과 위기 이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해답을 'R&D 투자'에서 찾고 있다. 에너지ㆍ환경 등 신산업분야에 대한 정부 R&D를 대폭 확대해 미래 산업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10년간 꾸준한 투자증대를 통해 2008년 GDP 대비 3.2%에 이른 R&D 비중을 2012년에는 5%로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양적인 투자확대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질 좋은 성장임을 명심해야 할 때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원은 조선 자동차 휴대폰을 이을 신산업이 창출되지 못하는 등 R&D 투입 효율성이 낮다고 지적하면서 사업화와 글로벌 진출을 고려한 기술기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경영전략이론의 대가 로버트 버겔만 미 스탠퍼드대 교수가 '한국의 대기업들은 R&D 투자와 비즈니스를 전략적으로 연계하는 역량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점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의 유수 글로벌 기업들은 매출액 대비 4.6%의 R&D 투자와 더불어 이 투자액의 평균 5%를 기술사업화에 재투자함으로써 투자성과를 극대화한다. '기술'과 '비즈니스'가 결합된 시장중심의 R&D가 경쟁력의 핵심인 것이다.

아울러 우리 기업들도 폐쇄된 R&D 문화를 벗어나 외부 기술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의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의 비즈니스 환경이 녹녹치 만은 않다. 풍부한 자본과 인력, 기술의 상업적 거래가 활성화된 미국의 '벤처 생태계'와는 달리 이공계 기피현상이 이어지고 중소기업의 사업화 역량이 낮아 알짜배기 기술이 사장되는 사례가 많다. 원천기술을 보유하지 못해 우리나라의 '07년 기술무역수지 적자는 29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은 일고 있다. 대학, 연구소 등 공공연구기관의 '07년 기술이전건수가 3,500건으로 최근 3년새 3.2배 증가되었고, 기술이전 성과에 따라 연봉보다 많은 기술료를 받는 연구원이 늘고 있다. 기술거래가 활성화되고 기술가치가 인정 받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금년도 기업의 R&D 투자는 작년에 비해 약 2% 증가한 27조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민간의 투자의지를 반영하듯이 신성장동력 분야 기술기반 기업의 사업화에 투자하기 위해 민ㆍ관 합동으로 조성한 신성장동력펀드에 국내외 투자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등 시장의 반응이 매우 뜨겁다. 정부도 이에 적극 호응해 기술기획부터 글로벌 마케팅까지 사업화의 모든 주기에 대해 지원해 나갈 것이다. 민간에서도 시장이 원하는 기술을 전략적으로 발굴하고 사업화하는 노력과 함께 세계 시장에 널린 기술과 협력의 기회를 활용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제는 창조적 기술혁신의 자양분을 끌어 모아 글로벌 스타기업을 탄생시킬 비옥한 토양을 일구고 결실을 맺어야 할 때다. 지금의 상황이 우리에게는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느냐, 도태되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스포츠계에서 이룬 성과가 우리 산업계에도 이어져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술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당당하게 활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안현호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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