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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24> 동화(童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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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24> 동화(童話)

입력
2009.04.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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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밤하늘의 은하물이 동화처럼 흘러갈 적

지상에서는 내 주위로

거짓과 회피와 적반하장의 미개한 성인소설이 써졌다

모르쇠와 기억 안 남, 질환 수준의 내숭과 왜곡이

얽히고설킨 성인남녀 물밑 쟁투의 교언들이

저 밤하늘의 은하물이 물망초 눈망울처럼 흘러갈 적

육십 먹은 한 여자 소설가는 내게 소리쳤다

내가 글 쓰는 사람이야 내가 왜 니 그 말뜻을 몰라

그는 소설가여서 글 쓰는 사람이고

나는 시인일 뿐으로 글 쓰는 사람이 아니어서

생각이 없어서 그런 말을 한 나이 아래인 것이 되었다

저 밤하늘을 오래 흘러가는 은하물

옛적 격조 있고 고요했던 반가사유의 왕국이 멸망할 때

왕국과 소멸을 같이하고자 백마의 강에 몸을 던졌다는

삼천 어린 궁중 아씨들의 파르스름한 넋

그때 나이 아래인 것인 나는 입이 없어

생각이 있었던 그 말을 그 밤 은하에 묻었다

시도 소설도 우스워 동화로 썼다

별은 별들 속에서 넋처럼 반짝이며 살아야 한다고

표현할 길 없는 반가사유 왕국의 마지막 왕의 얼굴 떠올리며

● 저 밤하늘의 은하물은 오늘도 동화처럼 흘러가는데, 지상의 흙탕물 세파(世波)는 시를 쓸고 지나간다. 그러나 지상에는 시도 소설도 우스워 아득한 동화의 세계에 가닿는 몽상에 종종 빠지는 어떤 시인이 있다. 그런 몽상은 반가사유상의 미소 속에서 오랫동안 피어 올랐을까. 그런 생각들은 몽땅 하늘로 올라가 은하에 묻히는 걸까.

김행숙(시인ㆍ강남대 국문과 교수)

ㆍ이진명 1990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 등. 일연문학상(2008), 서정시학작품상(2008)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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