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원내대표를 한꺼번에 검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나라당은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허무맹랑한 흑색선전을 좌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발에 따라 검찰의 편파수사 논란이 정치쟁점화할 수 있고 여권 실세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22일 유례없는 초강경대응과 관련, "툭하면 대통령을 걸고 넘어지는 못된 버릇을 초장에 고쳐야 한다는 게 당 지도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천신일 10억 수수설', '이 대통령의 특별당비 30억 대납설', '전직 국세청장 기획출국설' 등을 거론하며 마치 이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것처럼 주장하는 데 대해 쐐기를 박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민주당 정 대표와 원 원내내표, 최재성 의원 등을 형법상 명예훼손과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적시했다.
민주당이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둘러싼 논란의 한 축에 이 대통령을 세우려 한 데 대해 한나라당이 발끈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이 대통령에 대한 의혹 제기를 방치할 경우 4ㆍ29 재보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 다른 당직자는 "대통령과 측근, 30억원, 기획출국 같은 얘기가 퍼지면 당연히 재보선에 부정적"이라며 "민주당이 고맙게도 우리가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엉뚱한 얘기를 했기 때문에 센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 등은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이 대통령의 특별당비 30억원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 대통령이 천 회장의 예금이 있는 한 저축은행에서 천 회장의 예금을 담보로 30억원을 대출받은 뒤 이를 모두 변제했음을 공직자재산등록 내역만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번 조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검찰 수사가 정치쟁점화할수록 인천 부평을 선거에는 더 부정적"이라고 우려했고, 한 재선의원은 "그렇지 않아도 여권 실세들에 대한 수사 미흡이 지적되던 차에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격"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한 율사 출신 의원은 "대통령의 명예훼손을 이유로 당이 고발장을 낸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공교롭게도 윤상현 대변인은 고발 혐의에 명예훼손이 포함된 이유를 "당비 대납설로 당의 명예가 훼손됐기 때문"이라며 고발장 내용과 다른 설명을 했다.
양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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