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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암환자 희망 북돋는 전인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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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암환자 희망 북돋는 전인치료

입력
2009.04.2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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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암 환자들이 항암치료의 후유증을 치료할 곳이 없어 응급실을 전전한다는 신문기사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열이 펄펄 나는 환자가 비좁은 응급실 구석에서 다른 환자들 틈에서 치료를 받거나, 큰 병원 응급실에선 3일 이상을 머물 수 없고 입원도 안 되어 병원을 나와야 했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런 일은 열악한 의료수가도 원인이겠지만, 한정된 의료진과 시설에 수용하기 힘들만큼의 암 환자를 치료하려는 의료기관의 과욕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대형 병원들이 서로 앞 다퉈 암전문병원, 암센터 등을 설립하고 거액을 투자해 최신 시설과 치료기기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서 응급실 구석에서 치료 받는 암 환자의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방사선종양학이 전공인 필자가 보기에 암 치료법은 현대의학과 과학 발달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64채널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테라급 자기공명영상(MRI) 등 고도의 진단기구와 검사법, 다양한 개복수술기법과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정밀술기, 암세포만 공격한다는 표적 치료 항암제, 토모테라피, 양성자 치료, 하이퍼 나이프 등 불과 10년 전과 비교해도 놀라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덕분에 과거에는 삶을 포기해야 했던 많은 사람이 생명을 건질 수 있게 됐고, 이제 의학계에는 암을 완치한다는 옛날 개념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더불어 살아야 하는 만성질환으로 인식하고 있다. 즉, 구닥다리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소위 '암에 걸린 3개월 시한부 인생'은 보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첨단장비를 이용한 진단과 방사선치료기만이 아니다. 암 환자가 치료과정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전인치료가 필요하다.

환자는 치료를 걱정하기 보다 주치의와 함께 다양한 치료법 중 자신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고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의 선택이 존중 받길 원하고 있다. 이제 치료에 대한 고민보다 치료과정과 치료 후의 '삶의 질'에 관심이 더 늘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의료진도 환자의 상처만 치료할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배려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치의 스케줄에 따른 치료시기 결정과 입원 위주의 항암치료 과정을 보면 아직까지 우리나라 암 치료는 의료진 위주로 돌아가는 듯하다. 잦은 입원으로 일상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환자들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항암치료의 90% 이상이 외래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는 환자가 입원함으로 해서 가족과 사회와 단절돼 생기는 절망감 등을 막기 위해서다. 또 치료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이 함께 암을 극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암 치료가 환자만의 것이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이겨내야 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암 환자에 대한 사회보험 보장을 확대하고 있다. 또 암 치료기관들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암치료수준은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발전 과정에서 환자의 '삶의 질'이라는 부분은 많이 소외돼왔다.

한 집 건너 암 환자가 생기는 요즘 치료가 의사와 환자간의 일방 치료가 아닌 환자, 가족, 의료진, 병원 그리고 우리 사회가 참여하는 전인 치료로 바뀌어야 한다.

금기창 세브란스병원방사선종양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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